-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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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일기를 썼습니다. 일기장에 수십 편의 자작시를 적기도 했습니다. 거의 매일 쓴 일기와 어설픈 시를 읽으면 당시의 내가 보입니다. 보고 있자니 슬픔과 기쁨, 한숨과 미소가 뒤섞입니다. 지금은 시를 쓰지 않습니다. 가끔 쓰고 싶을 때가 있지만 잘 쓸 자신이 없습니다.
월트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를 읽었습니다. 갑자기 시를 쓰고 싶습니다. 비범한 시인의 노래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시인을 깨웁니다. <나 자신의 노래>는 월트 휘트먼이 평생 써온 일기와 메모를 직접 엮은 책입니다. 그는 늘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록’했습니다. 깨달음은 언제나 순간적으로 옵니다. 휘트먼은 작은 수첩 덕분에 그런 순간을 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는 말합니다.
“내 주머니엔 언제나 노트가 있다. 겨울과 여름, 도시와 시골, 혼자 집에 있든 낯선 곳을 여행하든, 내 주머니엔 언제나 노트가 있다. 나이를 먹고,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게 되면서 노트는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 인간은 만족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야 하고,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을 동경해야 한다. 나는 한 권의 노트로 만족하고, 자연을 동경하기로 했다.”
휘트먼에 따르면 문학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향신료를 듬뿍 넣은 값비싼 요리’도 아닙니다. 그는 문학이란 ‘물과 같은 것, 공기와 같은 것, 언제나 곁에 둘 수 있는 이 작은 노트와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휘트먼의 말처럼 시를 비롯한 문학은 ‘표현하고 싶은 존재와 융합된 자기를 드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나 자신의 노래>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문학이란 문법이나 선천적인 재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거대한 시였다. 대자연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예술이었다. 화가와 음악가와 시인의 꿈인 피가 통하는 예술은 바로 인류였다.”
예술은 시와 그림과 음악과 같은 분야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삶이야말로 무엇보다 감동적인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다운 예술의 씨앗을 품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 씨앗을 열심히 길러내는 사람은 빛나는 내 세상 하나를 가질 수 있습니다. 휘트먼의 책을 읽으며 시인의 세계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습니다. ‘내 세상도 하나 만들자.’ 나를 닮은 오솔길 하나 매일 닦고 싶습니다. <내 자신의 노래>의 마지막 구절에서 휘트먼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살아 있는 이 육신이야말로 영혼이며, 자연이고, 예술이며, 완성이다. 그것이 나의 문학이었고, 나의 삶이었다.”
* 오늘 소개한 책 : 월트 휘트먼 저, 김욱 역, 나 자신의 노래, 바움,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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