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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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든 그르든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맹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한국에는 돈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오를 만한 곳에 아파트를 하나 꼭 구입해 두어야 한다는 공포심이 만연해 있는 듯 보입니다. 마치 이 대열에서 빠지면 영원히 2류 인생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하층민이 될 것 같은 공포가 지배하는 듯합니다.
1960 대 초반에 대량 생산된 IBM 360 시스템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습니다. 그때는 모든 기업에 메인프레임 컴퓨터 한 대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내가 처음 직장 생활을 했던 1980년 대 까지도 한국의 IBM 영업 사원들은 너무 쉽게 메인 컴퓨터를 파는 듯 했습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의 힘을 빌지 않으면 안된다는 맹목적 두려움과 미래의 불확실성 그리고 어떤 의구심들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희망을 품고 맹목적 구매 행위를 하도록 몰아갔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거대한 물결이 밀어 닥치면 어쩔 수 없이 그 대세에 밀려 그 물결을 따라 떠내려가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 합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곤 합니다. 그리고 그 맹목성에 이성을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어디 쯤 있으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지 알고 싶고, 계속 흘러야 하는 지 어디 쯤에서 몸을 빼내야 하는 지 고민하게 됩니다.
마흔이 넘으면서 이런 것들이 재미있어 졌습니다. 격랑이 있어야 배타는 맛이 드는 것과 같으니까요. 두려움의 등을 타고 신나게 짓쳐 내려올 때의 스릴이 있거든요. 나는 가끔 인생에 푹 잠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지켜야할 몇 가지 규칙들
* 지식을 구한다면 많이 채워라. 그러나 지혜를 구한다면 많이 비워라. - 노자
* 1000명의 권위로도 한 사람을 막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교회는 갈릴레오의 항복을 받아냈지만 그가 만들어낸 물결은 막을 수 없었다.
* 반발만 앞서라. 그러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한 발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고독도 나쁘지 않다.
* 거품은 가라 앉혀 마셔라. 보기에 괜찮을 때도 있지만 맛은 없다.
* 서둘러라. 그러나 바라는 일은 내 희망 보다 늘 더디게 진행된다. 이 차이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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