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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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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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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일 00시 04분 등록

저는 글을 쓸 때 파블로 카잘스의 첼로 연주를 자주 듣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잘스가 자신의 고향인 카탈루냐의 민요를 편곡한 ‘Song of the Birds’를 좋아합니다. 카잘스는 이 음악을 지으면서 고향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클래식이나 첼로 연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카잘스의 음악에 감동하는 건, 그의 연주에 그의 삶과 신념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첼로의 대가(大家)인 동시에 휴머니스트였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십대 시절 음악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카잘스는 음악은 인류를 위한 어떤 목표에 봉사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음악 그 자체보다 더 큰 어떤 것, 즉 인간성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에서 카잘스는 말했습니다.

“저는 먼저 한 인간이고 두 번째로 음악가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나의 첫 번째 의무는 동료 인류의 행복에 대한 것입니다. 나는 신이 내게 주신 수단인 음악을 통해 이 의무에 봉사하려 합니다. 음악은 언어와 정치 그리고 국경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평화에 대한 내 기여가 크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최소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신성하다고 여기는 이념에 바칠 것입니다.” 

카잘스는 음악가로 태어났으나 그의 삶은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그는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투쟁했습니다. 카잘스는 참혹한 내전과 파시즘으로 무너진 에스파냐의 재건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첼로를 켜고 지휘봉을 들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시절 독일의 연주 요청을 거부했고, 전쟁이 끝나고 연합국들이 스페인의 프랑코의 독재 정권에 보인 온건한 태도에 절망하여 대외적인 모든 연주 요청을 거부하고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운둔했습니다. 

그의 연주는 어떤 무한하고 고귀한 것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위해 자신의 유일한 표현 수단인 연주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결정은 그의 재능과 지위와 돈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카잘스가 이런 손실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삶에 대한 그의 가치가 음악을 초월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은 곧 나에 대한 모욕입니다. 예술가라고 해서 인권이라는 것의 의미가 일반 사람들보다 덜 중요할까요? 예술가라는 사실이 인간의 의무로부터 그를 면제시켜줍니까? 오히려 예술가는 특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특별한 감수성과 지각력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예술가의 목소리는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훌륭한 역할모델은 인품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력 없는 인품은 친밀감은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존경의 대상은 아닙니다. 인격이 떨어지는 전문가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 존경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파블로 카잘스는 최고의 역할모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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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한 책 : 앨버트 칸 엮음, 김병화 역,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한길아트, 2003년

*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은 평범함을 넘어 비범함으로 도약한 전형적인 사례와 궤적을 보여줍니다. 이점이 카잘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실현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안내 ***
신종윤 연구원이 번역하고 구본형 소장이 해제한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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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49.2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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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2.02 10:25:29 *.251.229.87
'평범함을 넘어 위대함으로 도약한 사람들'에 대한
승완씨의 관심이 참 좋아 보여요!
다소곳하면서도 진중하게 '사람들'을 파고드는 탐구가
승완씨를 어디까지 데려갈 지 자못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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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03 05:44:34 *.49.201.129
어렵기도 하고 즐겁기도 작업이에요.
그들을 읽고 그들에게 배우고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에 대해 쓰다 보면 조금씩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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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공주
2010.02.02 11:24:42 *.12.20.111
늘 책소개 잘 보고 있는데 오늘 '저는 먼저 인간이고 두 번째로 음악가입니다."라고 말하는 이 사람은 꼭 만나보고 싶네요. '인간답게 살자.'를 가슴에 담고 있어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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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03 05:47:41 *.49.201.129
꼭 만나보세요.
그의 삶과 음악,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거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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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권양우
2010.02.02 11:54:51 *.223.104.12
책소개의 글이지만, 승완 씨의 생각, 주관이 뚜렷하여 좋은 메세지 전달을 하고 있는 글들~ 잘 읽고 있어요.
지난 번 소개한 '학문의 즐거움'은 제가 잘 읽고 캐나다 유학 가 있는(캐나다에서 중등 1년을 마치고 작년 9월부터는 고등과정에 진학한) 아들에게 전하였고, 번역을 하신 방승양 교수님(제가 재직하는 포스텍의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세요) 과도 이메일로 연락이 닿아 소중한 인연을 되찾게도 해 주셨어요...
앞으로도 탐독할 좋은 책들, 주위에 권하고픈 훌륭한 책들  많이 많이 소개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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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03 05:49:52 *.49.201.129
양우 누나, 지난 송년회 때 이야기 나누지 못해 참 아쉬웠어요.
누나를 두번밖에 만나지 못했음에도 오랫동안 만난 것 같아요.
좋은 인연이라서 그렇겠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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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 21:09:58 *.248.235.10
댓글이 너무 많아서 그냥 지나갑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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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2.08 23:41:23 *.49.201.129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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