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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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을 쓸 때 파블로 카잘스의 첼로 연주를 자주 듣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잘스가 자신의 고향인 카탈루냐의 민요를 편곡한 ‘Song of the Birds’를 좋아합니다. 카잘스는 이 음악을 지으면서 고향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클래식이나 첼로 연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제가 카잘스의 음악에 감동하는 건, 그의 연주에 그의 삶과 신념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첼로의 대가(大家)인 동시에 휴머니스트였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십대 시절 음악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카잘스는 음악은 인류를 위한 어떤 목표에 봉사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음악 그 자체보다 더 큰 어떤 것, 즉 인간성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에서 카잘스는 말했습니다.
“저는 먼저 한 인간이고 두 번째로 음악가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나의 첫 번째 의무는 동료 인류의 행복에 대한 것입니다. 나는 신이 내게 주신 수단인 음악을 통해 이 의무에 봉사하려 합니다. 음악은 언어와 정치 그리고 국경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평화에 대한 내 기여가 크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최소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신성하다고 여기는 이념에 바칠 것입니다.”
카잘스는 음악가로 태어났으나 그의 삶은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그는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투쟁했습니다. 카잘스는 참혹한 내전과 파시즘으로 무너진 에스파냐의 재건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첼로를 켜고 지휘봉을 들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시절 독일의 연주 요청을 거부했고, 전쟁이 끝나고 연합국들이 스페인의 프랑코의 독재 정권에 보인 온건한 태도에 절망하여 대외적인 모든 연주 요청을 거부하고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운둔했습니다.
그의 연주는 어떤 무한하고 고귀한 것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위해 자신의 유일한 표현 수단인 연주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결정은 그의 재능과 지위와 돈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카잘스가 이런 손실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삶에 대한 그의 가치가 음악을 초월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은 곧 나에 대한 모욕입니다. 예술가라고 해서 인권이라는 것의 의미가 일반 사람들보다 덜 중요할까요? 예술가라는 사실이 인간의 의무로부터 그를 면제시켜줍니까? 오히려 예술가는 특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특별한 감수성과 지각력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예술가의 목소리는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훌륭한 역할모델은 인품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력 없는 인품은 친밀감은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존경의 대상은 아닙니다. 인격이 떨어지는 전문가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 존경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파블로 카잘스는 최고의 역할모델 중 하나입니다.
* 오늘 소개한 책 : 앨버트 칸 엮음, 김병화 역,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한길아트, 2003년
*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은 평범함을 넘어 비범함으로 도약한 전형적인 사례와 궤적을 보여줍니다. 이점이 카잘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실현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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