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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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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4일 14시 49분 등록

인도로 출장을 다녀온 동생이 코끼리 조각상을 선물했습니다. 코끼리상을 천천히 살펴본 저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코끼리의 등에 조각된 그물 모양은 놀랄 만큼 정교했습니다. 사람 손으로 그런 조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물망 안쪽에는 또 한 마리의 작은 코끼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설명이 충분치 않지요?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wooden_elephant.jpg

모처럼 동생이 사다 준 선물을 들고 촌스럽게 ‘엄청 비싸겠다’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조각상의 가격이 몇 천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조각을 새긴 거친 손에 쥐어졌을 작은 돈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토록 훌륭한 솜씨를 가진 사람이 왜 그 정도의 보수밖에 받을 수 없을까? 저는 인도나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이 코끼리상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제 KBS의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을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7명의 멤버들이 서로 상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여러 가지 식재료를 골라다가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삼겹살, 계란, 닭, 밀가루, 김치, 쌀 등 수많은 재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명이 쌀을 고르고 말았습니다. 쌀은 분명 중요한 재료지만 너무 많아진 덕에 그 가치가 곤두박질쳤습니다.

코끼리상을 조각한 솜씨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과잉 공급된 쌀과 마찬가지로 그런 조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는 법이지요. ‘따라 하기’ 전략의 효과가 단기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니까요.

우리는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탁월함(excellence)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창적인 경지에 이르면 그 자체로 차별화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보다 조금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그 자체로 차별화가 가능한 ‘분야’를 선택하는 겁니다. 남이 꺼리는 분야, 남이 가지 않으려는 험한 길에 차별화의 열쇠가 숨어있습니다. 이것이 또 하나의 ‘블루오션전략’이겠지요.

인도의 한 마을에서 오늘도 힘겹게 코끼리상을 조각하고 있을 그는 어떻게 해야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큰 코끼리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반대로 아주 작게 만들면 또 어떨까요? 나무가 아닌 다른 재료에 코끼리를 새기면 좀 달라질까요? 여러 가지 모양의 코끼리를 만들고 이야기를 붙이면 더 흥미로울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지난 주말, 퇴근하고 보니 아이가 코끼리 등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았네요. 머리로는 ‘그까짓 것’하고 생각했는데,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던 모양입니다. 무안해진 아이가 목놓아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제서야 머리와 마음이 하나가 됩니다. 아이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새해엔 펑펑 쏟아지는 저 눈처럼 쿨!한 아빠가 되겠노라 다짐해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1.

2기 연구원이신 한명석님의 책, '늦지 않았다'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이번에 글쓰기 강좌를 준비하셨다고 하네요. 그동안 섬세하고, 호소력 짙은 글로 많은 분들의 가슴을 두드렸던 만큼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2.

그동안 극비리에(?) 진행되었던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구본형 선생님과 홍승완, 최정희, 류춘희 연구원이 함께 작업한 '구본형 아저씨, 착한 돈이 뭐예요?'가 바로 그 결과물인데요. 처음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작품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좋은 책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많은 축하를 부탁드립니다.

totobook_cover.jpg

 

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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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1.04 15:46:54 *.108.48.236
종윤씨, 번번이 고마워요.
오늘은 포항의 달국님께서 지인들에게 선물하시겠다고,
제 책에 사인을 해서 열 권 보내달라고 하셨어요.
전화를 받는 순간,
저번에 승완씨도 그랬고,
어쩌면 이렇게 순수한 마음들일까,
민망하고 부끄러운 마음 한 켠으로
나도 조금씩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종윤씨의 연구소에 대한 사랑 역시 그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때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나도 빨리 '성공'해서 넉넉하게 베풀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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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10.01.05 10:25:01 *.242.62.1
10년전에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불쌍하다며 그들의 한달치 월급만큼 사주셔서 집안 가득 코끼리상이 있었거든요.

복 많이 받으시고 출간 될 책 기다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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