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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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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0일 11시 02분 등록

“어쩌다가 물주머니(에너지절약을 위해 저자가 사용하는 난방도구) 두 개를 안고 잘 때면 그야말로 천당에 온 것 같아서 침대 전체가 물주머니라면 얼마나 근사할까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전기요를 깔아 침대 전체가 따뜻해지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예전에는 물주머니 위치에 따라 종아리가 발을 부러워하며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맛이 있었는데, 이제 전기요로 온몸이 한꺼번에 뜨거워지니 아쉬운 부위도, 부러운 부위도 없이 서로 무심해져버렸다. (중략) 나는 다시 물주머니를 애용하기 시작했다. 따끈따끈 말랑말랑한 놈을 안고 누우면 세상에 아쉬운 게 없다.”

 

                              - 임 혜지의 <고등어를 금하노라> 중에서 -

                           ---------------------------------------


35년째 독일에서 살면서 독일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워 온 임 혜지씨의 책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삶에 있어서 편안함을 최대화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는 작금의 제 모습이 찔렸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업적 성공을 포기했고, 돈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소비를 최소화했고, 좀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난방과 온수 그리고 좋아하는 고등어를 포기했습니다. 너무나 불편할 것 같은 생활같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을 만큼 행복감이 넘쳐흐르고, 어느 유명인에게도 느끼기 힘든 인간적 품위와 자긍심이 물씬 풍겨납니다.    



우리는 흔히 불편을 싫어합니다. 그렇기에 불편이 적을수록 삶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불편과 만족도의 관계는 벨 커브와 같아 불편이 너무 클 때는 물론 너무 적을 때도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젊어서 뼈 빠지게 고생해서 돈을 모으고, 나이 들어서는 일 안하고 편한 여생을 보내겠다는 계획은 대단한 착각이며 불행의 첩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히려 삶의 깊은 만족감은 불편을 적극 껴안을 때 찾아옵니다. 단, 어떤 불편이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뒤따르는 불편을 기꺼이 껴안을 때 가능합니다. 가치추구에 따른 불편! 이것을 기끼어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발적 불편이며, 이 불편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편한 불편이 아니라 즐거운 불편이 되어 깊은 만족으로 삶을 인도합니다.   

 

 

2009년도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 여러분의 삶에는 얼마나 자발적 불편이 있었는지요? 독일 시인 귄터 아이히의 <꿈>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로 2009년도 마지막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불편을 겪어라. 그리고 세계라는 장치 속에서 기름이 아니라 모래가 되라.”
      

 

                 



- 2009. 12. 30.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3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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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12.30 15:02:08 *.160.33.244

좋구나.   뜨거운 물주머니, 그거 참 오래만이구나.  
자발적 빈곤,자발적 불편, 낼 숨과 같은 자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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