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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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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30일 13시 38분 등록

예전에 ‘모유가 분유보다 좋은 이유’란 우스개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나세요? 아마도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네요.

1. 용기가 예쁘다.
2. 별도로 데울 필요가 없다.
3. 휴대가 간편하다.
4. 여유분이 하나 더 있다.
5. 부자(父子) 공용이다.

이외에 ‘밟아도 깨지지 않는다.’와 같은 말도 안 되는 것들도 제법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엔 실없는 농담처럼 여겼던 이야기들이 아이를 낳고 보니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뭐든지 내 입장이 대입돼야 깊이 공감하게 되는 법이지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5,000을 넘으면서부터 여성의 가슴이 가진 고유의 수유기능보다 미용적인 측면이 부각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한동안 모유수유를 하는 비율이 급격히 낮아졌었지요.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모유가 분유보다 아이에게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시 모유를 먹이려는 엄마들이 늘고 있지만요.

첫아이에게 모유를 충분히 먹이지 못한 것을 늘 미안해했던 아내는 둘째를 낳기 전부터 각오를 단단히 했습니다. 관련된 자료를 찾아서 읽고, 좋다는 허브차도 미리 구해두었습니다. 모유수유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은근한 기대를 걸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막상 둘째가 태어나자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았습니다.

모유의 양이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먹지 못한 아이는 수시로 깨서 울어댔고, 충분히 쉬지 못한 아내에게는 필요한 만큼의 모유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지요. 하루는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자꾸만 깨서 보채는 아이를 아내에게 맡긴 채 선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숨 섞인 아내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냥 아이가 원하는 만큼 분유를 타서 먹이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한번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면 모유수유는 점점 힘들어지는 모순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분유를 먹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결연했던 의지를 알고 있는 터라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의문은 수시로 우리를 괴롭힙니다. 아침에 한 굳은 결심이 저녁에는 처연한 유혹이 되어 옆구리를 간질입니다. 그래서 매번 적당히 타협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변화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까지?’라고 느껴지는 극단적인 노력만이 현재의 고착을 풀어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변화는 절대로 편안한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미가 스스로 낳은 자식에게 제 젖을 먹이는 일도 이러한데, 하물며 다른 일은 오죽할까요?

힘들고, 안타까웠던 그 새벽을 기점으로 아내의 모유와 아이의 식욕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아내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가 분유를 먹고 자란 아이보다 똑똑하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믿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이에게 조금 더 사랑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내의 가슴이 아이 전용에서 부자 공용 모드로 되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합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최근, 변화경영연구소 웹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재미있는 운동(?)이 하나 있어서 소개할까 합니다. 100일 동안 새벽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는 ‘선’님의 새벽별보기 운동인데요. ‘선’님의 아이디어에 공감한 여러 분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이랍니다. 여러분도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침에 함께 일어나실 분을 찾습니다’  <== 클릭
‘새벽기상 중간 점검기’  <== 클릭

 

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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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해
2009.12.02 17:39:32 *.248.91.49
종윤씨,
밖에서 모유 수유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이렇게 까지 꼭 해야되지 않겠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다 기억하는 것 같았어요.

부자 공용모드...꿈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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