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승완
  • 조회 수 411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2년 5월 22일 00시 44분 등록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 로맹 롤랑이 쓴 <미켈란젤로의 생애>의 초반부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문장을 보고 생전에 ‘신과 같은 예술가’로 불린 사람이니 어련할까 싶으면서도 그에 대한 나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기대는 난감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히말라야 고봉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물론이고 내면과 작품 세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름 속에서 눈에 쌓여 제 모습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 산,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경외감을 주지만 오르기는 어려운 산. 그는 오를수록 춥고 공기가 희박해지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오래 머물 수 없는 산입니다.

 

지오르지오 바자리가 쓴 <르네상스의 미술가 평전>에서 미켈란젤로는 완벽한 경지에 오른 예술가의 정점입니다. 그에 비해 로맹 롤랑의 책은 그의 빛과 어둠을 함께 보여줍니다. 미켈란젤로의 삶과 내면에서 보여지는 상반된 것들의 대립과 모순을 보며 나는 난감했습니다. 길을 잃었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롤랑 역시 미켈란젤로에 대한 존경과 객관적 시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고심한 듯합니다. 그는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베토벤과 톨스토이처럼 ‘정신에 의해 위대했던 진정한 영웅’들의 전기를 남겼습니다. 그런 작품은 “죽어 있는 자기 자신의 정신을 어떻게 해서라도 부활시키려는 의욕에서 쓰여진 것들”입니다. 미켈란젤로가 주는 난감함 속에서도 롤랑의 정신이 나를 위로해주었습니다.

 

롤랑은 내가 느낄 난감함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죽음으로 책을 마무리하면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의지가 될 벗을 만들어주려고 한 것이 도리어 그들에게 괴로움을 더해준 것은 아닐까” 염려했습니다. “다른 여러 사람들이 그랬듯이 영웅의 영웅적 행위만을 드러내고 그들의 마음 속 슬픔은 베일로 가려 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의도를 못 박습니다.

 

“아니다. 진실이야말로 이야기되어야 한다!

진실의 입김은 거칠지만 맑고 깨끗하다. 우리의 약한 마음이 거기에 잠기도록 하자.”

 

그의 의도는 옳았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생애>는 내 탐구심에 불을 지폈습니다. 미켈란젤로라는 높은 산에 오르고 싶다는 동경을 심어주었습니다. 히말라야 고봉과 같은 인물은 얼핏 보고 감탄하기는 쉽지만 가까이하거나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롤랑은 말합니다.

 

“위대한 혼은 높은 산꼭대기와도 같다. 바람이 치고 구름이 휘감는다. 그러나 맑은 공기가 마음의 더러움을 씻어주고 구름이 걷히면 인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이것이 르네상스기의 이탈리아에서 치솟았던, 고뇌의 프로필이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저 웅장한 산이다. 이 산정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일 년에 하루쯤은 그곳으로 순례를 떠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허파의 숨결도, 혈관의 피도 새로워질 것이다. 그 높은 곳에서 사람들은 영원을 몸 가까이 느끼고 나날의 싸움을 위하여 마음을 억세게 다져 다시 인생의 평야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sw20120521.jpg

* 로맹 롤랑 저, 이정림 역, 미켈란젤로의 생애, 범우사, 2007년 11월

 

* 안내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이희석과 홍승완 연구원, 서비스 디자이너 인디가 모여 책과 독서의 황홀을 전하는 앱(App) ‘책을 이야기하는 남자’를 출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Z&D Brochure_vLetter.jpg

 

IP *.122.237.16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