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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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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7일 13시 38분 등록

수술은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며, 어려울 경우엔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원래대로 작동하게 하고,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은 무척이나 멋진 일입니다. 수술팀이 원활하게 효율적으로 함께 일을 할 때는 수술이 정말 즐거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전체 상황의 미학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제가 하는 다른 어떤 활동도 수술할 때와 똑같은 느낌을 주진 않아요.                 *** 어느 외과 의사의 인터뷰 ***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하면서 느끼는 몰입의 강도는 상당히 깊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사람의 몸을 여닫는 그 일이 즐거울 리 없겠지만 외과의들에게는 다릅니다. 언제든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위험과 그러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 사이에서 외과 의사들은 깊은 몰입과 희열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야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6년까지 100%에 가까웠던 외과 레지던트 지원율이 지난 2007년 68%(정원 290명/지원 196명)로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2008년도 레지던트 전기모집에서 외과는 총 정원 297명 가운데 절반 가량인 162명(54.5%) 만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의료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고, 더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피부과나 성형 외과 등으로 몰려갔기 때문입니다. 외과 의사가 되면 높은 사회적 지위와 충분한 돈으로 보상받을 거라는 보통 사람들의 인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노동이 생산적인 동시에 즐거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과 의사처럼 숙련된 기술과 책임을 요하는 경우는 자신의 직업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을 보면 의사와 같은 전문 직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을 주변의 사람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접근함으로써 한 단계 높은 수준에 이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직업은 몰입 경험을 만들어내도록 재구성된다면 내적인 보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일들이 시대적인 이데올로기에 적절히 부합하느냐 하는 점이지요.

부(富)를 최우선적인 가치로 추앙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즐거움과 직업적인 윤리의식이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주변의 값싼 충고 따위는 무시하고 소신껏 옳은 선택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습니다. 경제적인 보상보다 일 자체가 주는 몰입의 쾌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아주 현실적인 존재들이니까요.

경제적으로 보장된 미래 대신에 일하는 즐거움과 사회적 의무를 선택한 이 땅의 외과 의사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자신이 맡은 평범한 일을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키려는 모든 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덕분에 우리의 고민은 계속됩니다. 존재를 빛나게 하는 동시에 깊이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일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고민들 속에서 무겁지만 힘찬 마음으로 월요일 아침을 시작합니다.


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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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7 17:34:47 *.121.106.107
'경제적 보상이 있는 일'  vs. '원하는 일'
한 쪽은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에 의해 비즈니스 모델 같은 것이 이미 갖춰진 것이라 볼 수 있다면, ...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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