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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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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7일 17시 45분 등록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테마 수영장에 다녀왔습니다. 넓은 대지 위에 펼쳐진 갖가지 놀이기구와 편의시설의 위용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촌스러운 저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오락거리에 살짝 기가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저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그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손바닥만한 수영복만으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린 수많은 남녀들의 자연스럽고 당당한 몸짓은 마치 다른 세상의 것으로 느껴질 만큼 아찔했습니다. 한동안 저는 함께 간 아내에게 들킬 새라 그리로 향하는 눈길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어릴 적 선데이 서울에서 느꼈던 훔쳐보기의 쾌감은 없더라는 겁니다. 그나마 잠시 솟았던 관심도 오래지 않아 가라앉아버렸습니다.

로버트 B. 치알디니는 자신의 책, 『설득의 심리학』에서 “희귀성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인간의 본성을 풀어냅니다. 책에는 이를 설명해주는 여러 가지 예가 등장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입니다. 그는 3일만에 불타올라 죽음도 불사했던 두 사람의 사랑이 사실은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두 집안의 반대 때문에 증폭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랑의 숭고함을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제법 일리가 있다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우리는 간혹 참을 수 없는 욕망에 휩싸입니다. 숨막히는 회사를 떠나서 훌쩍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고, 수시로 말썽을 부리는 똥차를 던져버리고 번쩍거리는 고급 외제차를 사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욕망들에 꿈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임으로써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이런 것들이 우리의 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 욕망과 거짓 동경으로는 우리의 허기를 채울 수 없습니다. 예전에 큰 인기를 얻었던 양귀자씨의 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처럼 어쩌면 우리는 단순히 우리에게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금지된 무언가를 갈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사 욕망과 진짜 욕망을 구별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니체는 “아직 밟아보지 못한 천 개의 작은 길이 있다”며 우리의 가슴에 불을 지르지만 그 천 개의 길을 다 가볼 수 없는 바에야 진짜를 고르는데 시간을 기울여야 합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고민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어느새 그 길 위를 걷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여러분이 지금 갈구하는 욕망의 대상은 여러분의 존재를 흔들어 깨우는 진짜 꿈입니까?

수영장에서 돌아오며 다시 한번 결심했습니다. “거짓 동경이라도 좋다 내년엔 멋진 몸매로 돌아오리라. 그게 어렵다면 아내의 감시를 피할 선글라스라도……” 하하~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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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8 08:41:25 *.246.196.63
좋은 글이네요~ 요새 제가 한창 고민하고 있는 주제에요
선배님 글에 좋은 자극 받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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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9.07.28 10:47:12 *.20.125.86
나도 가끔 생각 합니다. 지금 타고 다니는 낡은 차를 버리고..., 좀 더 번쩍한 승용차를 사면 욕망이 채워질까~~?  그리고 그 만족은 얼마나 오래 갈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금새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곤 지금 내 차에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 금새 명품(?)승용차가 됩니다.  나는 명품 주인이구요~~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선데이 서울" 오랜만에 들어 보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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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혜
2009.07.28 18:02:15 *.96.12.130
대리님, 글 잘읽었어요,
월요일 마다 올라오는 글이 기대되네요,

그리고 멋진 몸매!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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