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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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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6일 16시 23분 등록

지금 제가 함께 여행하고 있는 그룹은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소리로>입니다. 이들은 지적장애인 재활시설인 홀트일산복지타운에 기거하는 장애인들입니다. 이들은 장애 때문에 입양도 되지 못한 아이와 어른들입니다. 누난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6세의 민기부터 백색병을 앓고 있는 49세의 대영씨까지 이들의 나이는 다양합니다. 이틀 전, 이들은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안톤브루크너 국제합창대회에서 두 개의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12개! 국 23개 합창단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이들은 합창단 특별상과 지휘자 특별상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들이 안톤 브루크너 대회에 초청받아 오늘에 이르기까지 2년 동안의 여정을 함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누구보다 이들의 시상을 감격 속에서 바라보았습니다.

(KBS 현지 시상 보도: http://news.kbs.co.kr/news.php?kind=c&id=1793742 )

 

장애의 정도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의미를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노래하는 것을 진실로 기뻐하는 아름다운 영혼들입니다. 저는 이들과 여행하면서 편견 없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소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건강 대신 영혼을 잃었는지 모릅니다. 이들 합창단이 해외 무대에 서기까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홀트 타운의 대모, 말리 홀트를 여기에 간단히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행 중이라 여건이 여의치 않아 길게 사연을 전할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홀트란 이름은 입양하면 떠오르는 이름입니다. 말리는 홀트 가() 6자녀 중의 한 사람입니다. 한국 전쟁 고아를 돌보시던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56 20살의 나이로 한국 땅을 밟은 이후 그녀는 평생을 한국에서 고아들과 보냈습니다.( http://blog.daum.net/nrpark/13745334 )

 

이번 여행에 말리는 합창단과 동행하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대회 중에도 그녀와 이야기 할 기회가 많았지만 대회가 끝나고 어제부터 장거리 여행이 시작된 탓에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입양아의 대모 말리를 지면이나 방송이 아닌 일상에서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감격합니다. 지난 며칠 동안 사귄(?) 말리는 정말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가끔 외모가 다른 저분이 왜 저 아이들 속에 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볼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몫을 하고 있다면 그녀는 이곳에 있지 않아도 될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녀는 서양인 이전에 그저 사랑이 많은 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부모에게서 배운 삶을 그대로 자신의 삶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녀가 이룬 일을 뒤 돌아보면 그녀는 실로 위대한 일을 해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평범한 한 인간의 족적이기도 합니다. 저 보다도 더 뼈 속까지 한국인인 그녀를 통해 저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톡톡히 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그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른이 아이를 돌보고,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돌보아야 하는 것처럼,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제가 옆에서 본 말리는 늘 소녀같이 순수하고, 작은 것에 잘 감탄하고, 무엇이든 묻고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가는 곳마다 현지 정보가 실린 책자를 사서 공부하고, 가이드의 설명에 가장 귀를 열심히 기울이는 것도 그녀입니다. 그런 그녀가 예민하게 화를 내며 흥분하는 이슈는 언제나 보통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갖는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합창단의 혜영씨 같은 경우, 몸의 뒤틀린 정도가 심하고 말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뇌성마비가 심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직접 자신이 식사를 하고 옷을 입습니다. 밥을 먹기 좋도록 기능적이고 낮은 식탁을 특수하게 제작해서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돌보도록 말리는 도왔습니다. 홀트타운에 있는 장애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런 말리의 정신 속에서 재활 훈련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말리는 타운에 기거하는 300명 모두의 어머니입니다. 그녀는 내가 내 자식의 이력을 기억하는 것처럼 그 많은 아이들의 이력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입양 보낸 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홀트에 있는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해 말할 때 말리의 표정은 혼자 보는 것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그녀의 몸까지도 표정과 함께 크게 반응합니다. 그럴 때 그녀의 눈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여러분들도 보셔야 합니다. 그녀는 정말 그곳 모든 이들의 엄마입니다.

 

저는 현재 홀트 장애인 합창단과 스탭들, 지휘자 선생님과 말리, 그리고 자신들의 휴가를 반납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봉사(다른 적절한 단어가 없어 표현을 쓰는 것을 양해한다면) 나온 대한항공의 승무원 분을 통해 생애 가장 값진 배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영혼의 소리로 노래하는 우리들의 이웃입니다.   

 

멀리 밀라노에서 새벽을 맞으며 이 편지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IMG_7469.JPG

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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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원
2009.06.16 17:29:26 *.106.19.28
밀라노에서 보내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시차때문에 오후에 도착한것 같네요.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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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9.06.17 08:55:06 *.157.123.204
마음을 열어 멀리 깊게 보려고 항시 노력하는 그대의 맑은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옵니다.

윗글에서 하나 공식 적인 명칭을 소개하며 여러분께 바로잡아 드립니다. 장애우라는 명칭은 "장애인"이라는 공식용어를 쓰는 것이 옳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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