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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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캠벨은 말합니다. “어떤 젊은이가 모종의 장벽에 부딪쳤을 때는 거기에 해당하는 특정 신화 대응물을 통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젊은이는 문턱 넘기 의례와 관련된 신화 대응물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서 캠벨이 말하는 신화 대응물은 신화(神話)와 의례(儀禮), 그리고 성소(聖所)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상징’입니다. 신화는 상징이 입는 옷이고, 의례는 행위 그 자체를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성소에서 우리는 자아를 넘어서는 존재 혹은 진정한 자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마음편지에서 소개한 자폐증을 극복한 템플 그랜딘은 상징의 힘을 잘 보여줍니다. 그녀가 고등학교 시절 발견한 작은 ‘문’은 상징물이었고, 그 방 ‘까마귀 둥지’는 성소였으며, 문을 넘어 방에 머무는 것은 의례였습니다. 그녀는 상징적인 문과 방을 발견한 날 일기에 “그 까마귀 둥지는 성스러운 곳이다. 까마귀 둥지의 창을 통해 바깥 세상을 볼 때 나는 무엇인가 큰 힘을 얻는다”고 적었습니다. 템플은 삶에서 어렵고 가치 있는 도전을 할 때마다 상징적 문을 찾아냈습니다. 가령 대학에서 그녀의 상징은 대학 기숙사의 지붕으로 통하는 조그마한 통풍문이었습니다.
“나는 그 문을 통해서 나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문을 통해야만 졸업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고, 마음속에 희미한 구름처럼 있는 대학원에 대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 문을 통해서 나가는 것은 나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나의 추상적 결정을 현실적으로 느끼게 했다.”
상징은 기호나 부호가 아닙니다. 기호와 부호는 명료합니다. 둘 다 언어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교통 표지판은 교차로 표시나 직진 신호처럼 각각 하나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상징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하나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그것이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 외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때 그것은 상징입니다.
그래서 상징은 난해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합니다. 음식과 같습니다. 먹어보면 그 맛을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그 맛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특별한 맛일수록 그렇듯이 특별한 상징의 의미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이한 것들만 상징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도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템플에게 ‘문’이 강력한 상징이었던 것처럼 그 사람이 그것을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입니다.
상징은 어떤 징후나 예감을 일깨워줍니다. 그 징후나 예감에 관해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언어로 그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령 탬플은 <어느 자폐인 이야기>에서 고등학교 시절 “그 문 앞에 섰을 때 나는 내가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합니다.
상징은 거울입니다. 똑 같은 거울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같은 거울 속에서 나는 나를 볼 것이고, 다른 사람은 그 자신을 보게 됩니다. 상징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이 같은 상징을 보더라도 거기서 얻는 느낌과 의미는 서로 다릅니다. 그러므로 다른 누군가를 위한 상징이 아닌 자신의 그것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탬플의 ‘문’처럼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상징물을 가지고 있습니까?
템플의 ‘작은 방’처럼 스스로를 재발견하도록 해주는 성소가 있습니까?
자신의 잠재력을 활성화시켜주는 의례를 행하고 계십니까?
* 템플 그랜딘 저, 박경희 역, 어느 자폐인 이야기, 김영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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