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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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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6일 01시 07분 등록

“여보, 도둑이 들어온 것 같아요. 좀 나가봐요.

 

나지막한 아내의 속삭임에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납니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고 가슴은 터질 듯이 요동을 칩니다. 그래도 맨몸으로 뛰어나갈 수는 없으니 더듬더듬 손에 쥘만한 무언가를 찾습니다. 그러나 멀쩡한 방에 특별히 무기가 될만한 무언가가 있을 리 없습니다. 도둑놈이 무언가를 들고 달아날까 걱정도 되고,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의 눈초리가 맘에 걸리기도 하지만 손에 잡히는 그 무엇도 믿음직스럽지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줄곧 재능을 찾고 있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찾기만 하면 그것을 딛고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빛나게 살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집 안에 도둑이 들었는데 무엇을 들고 나가는 것이 좋을지 망설이며 방안에 숨은 채로 뻔한 물건들을 이리저리 비교하는 꼴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총이나 칼이 튀어나올 리 만무하지만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과 맞서지 못하고 어둠 속에 숨어 구시렁거리는 ‘이불 속 독립군’이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천재의 대명사격인 모차르트는 6살 무렵에 작곡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재능을 그는 매우 일찍 발견한 셈이지요 그런데 심리학자인 마이클 호위(Michael Howe)는 그의 책, 《천재를 말하다(Genius Explained)》를 통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숙달된 작곡가의 기준에서 볼 때 모차르트의 초기 작품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가장 초기에 나온 것은 대개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점차 발전해왔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에 작곡한 협주곡, 특히 처음 일곱 편의 피아노 협주곡은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재배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걸작으로 평가 받는 진정한 모차르트의 협주곡(협주곡 9, 작품 번호 271)은 모차르트가 스물한 살 때부터 만들어졌다. 이는 모차르트가 협주곡을 만들기 시작한지 10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역사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음악을 탄생시킨 것은 모차르트의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평생을 작곡에 쏟아 부은 지독한 노력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초반에 앞서 뛰어나간 주자가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하는 마라톤 경주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애타게 찾아 헤매는 재능이란 그저 조금 빠른 출발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뭉툭한 요강을 들고서라도 방문을 벌컥 열고 나서야겠습니다. 소중한 인생을 몽땅 도둑맞기 전에 말입니다.

 

 

(모차르트에 대한 마이클 호위의 목소리는 (부끄럽게도)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빌어왔습니다. 재능에 관심 있는 분은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공지사항 *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발송하는 메일링 리스트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1월 30까지는 작업을 완료하겠습니다. 이미 정의된 로직에 따라 주소를 정리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메일을 받아보시던 분도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2 2일부터 마음 편지가 도착하지 않을 경우 변화경영연구소 사이트(http://www.bhgoo.com)를 방문하셔서 다시 한번 등록해주세요. 감사합니다.


IP *.176.3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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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1.26 23:23:34 *.131.127.38
나는 종윤의 의도에 100% 공감합니다.
그리고 지식은 누가 만들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네.

모짜르트의 천재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어서 고맙네.^^
그러니 나도 글쓰기 공부 열심히 해야할, 그리고 장래의 가능성에
희망을 좀 더 갖게 되네..^^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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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이리
2009.01.27 22:29:57 *.5.127.214
하하^^ 이불속 독립군, 종윤님 저도 소속은 틀리지만 독립군입니다. 에효.../매일 매일이 가슴떨리는 끼와의 만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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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8 12:37:38 *.51.36.225
보통 사람들의 재능만을 보고 부러워 합니다... 그전에 말도 못할 숨겨진 땀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가끔 잊곤 말이죠.. 어쨌든 시작은 어딘가에서 전해졌을 마음속 작은 울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두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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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2009.01.28 13:12:34 *.6.1.61
요새, 메일이 잘 안 오던데...이유가 있군요!

저도 '이불 속 독립군'? '요강' 이라...! - 주제는 물론이고, 표현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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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9 06:32:38 *.142.180.35
안녕하세요..
메일이 잘 안간 것은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또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사이트를 운영하는 와중에 자잘한 사고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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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9 06:30:57 *.142.180.35
내게도 무언가를 시사해주는 듯한 메시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미루고 미루고 하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래서 방문을 열고 덜컥 나서기는 했는데..
그곳에서 또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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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9 23:32:50 *.189.235.111
"그래서 방문을 열고 덜컥 나서기는 했는데..
그곳에서 또 길을 잃다.."

심~하게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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