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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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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일 13시 45분 등록



"인생이란 아무리 긴 듯 해도, 언제나 짧은 법 / 거기에 뭔가를 덧붙이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법"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현재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 수업 중 '모션 그라픽스'란 과목이 있습니다. 이번 학기의 과제는 '습관'이란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전시하는 것입니다.

습관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습니다. 첫째, 반복을 통해 습득된다. 둘째, 일단 습득되면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셋째, 일단 형성되면 관성처럼 아주 바꾸기 어렵다. 이런 습관의 특징들을 모션 그래픽과 연결시켜 생각해보니, 위의 그림과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같은 듯 다른 것들이 반복되면서, 뿔뿔히 흩어져 있던 것들이 모여 하나의 형체를 이룹니다. 그리고 일단 형체를 띠기 시작하면 일상은 자동화되어,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흘러갑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윌리엄 사로얀의 '파파, 유어 크레이지'란 소설에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 : 시작은 뭐지?
아이 : 나
아버지 : 시작은 언제지?
아이 : 아침에 눈 뜰 때
아버지 : 끝은 뭐지?
아이 : 내가 두 번 다시 아침에 눈을 뜨지 않게 되었을 때…
아버지 : 시작과 끝 사이는 뭐지?
아이 : 나

이 대화처럼 시작과 끝 사이에는, 또는 끝과 시작 사이에는 '내'가 있습니다. 그 뿐입니다. 그리고 '나'의 삶이란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잠들 때까지의 짧은 여정입니다. 어쩌면 좋은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하루를 살았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하루들을 살아가기 위해선 좋은 습관이 필요합니다.

조금 위험하지만, 우리의 삶을 아주 단순화시켜보면, 시작과 끝 사이에 '내'가 있고, '하루'가 있고, '습관'이 있습니다. 결국, 좋은 삶이란 좋은 습관의 문제입니다. 삶이란 그렇게 간단한 것인데, 또 한편으로 그토록 어려운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늦잠을 잤습니다.




(2008년 5월 1일, 열여덟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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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5.02 08:37:16 *.36.210.11
글이 편안하구나. 생각들이 여물어가네.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여 모여 칠흑 같이 아무 것도 없이 뻥뚫린 혹은 아무 흔적 없는 날들에 수를 놓고 그림을 그리고 느낌과 일기를 채워가며 그러는 사이 인생의 길을 향한 아름다운 꽃다발을 띠처럼 연결하게 되는구나. 저마다 갖가지 모습과 풍경들과 느낌으로 그려가겠지... 그리고 위의 이미지처럼 되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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