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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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 사고로 20번이나 수술을 했고 남편은 10년간이나 제 병원비를 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천국에서 딸 로리를 만나게 되면 그 아이가 ‘엄마, 모두 엄마 탓이 아닌 것 잘 알아요. 그리고 그런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주셨잖아요’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바로 이 점이 MADD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사에 최선을 다하게 하는 바로 그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로 인해 인생이 확 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할 수 있게 됐잖아요.”
- ‘음주운전을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 회장 밀리 웹 -
-------------------------------------------------- 1971년, 테네시의 한적한 길을 따라 ‘밀리’의 가족은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녀는 임신7개월의 몸이었습니다. 그러나 평화로운 이 가족에게 눈 깜짝할 사이에 불행이 찾아옵니다. 음주운전 차량이 이 가족을 덮친 것입니다. 이 사고로 네 살짜리 딸 로리와 9개월짜리 조카는 죽습니다. 밀리는 목이 부러지고 전신에 화상을 입었고 뱃속의 아기는 시력을 잃은 채 조산아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테네시 주 법에 따라 2년간의 보호관찰 처분만 받고 풀려납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만일 여러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밀리는 모든 것이 끝나버린 폐허같은 삶 속에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합니다. 자신처럼 음주운전으로 딸을 잃어버린 캔디 라이트너와 힘을 합쳐 ‘음주운전을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MADD, Mothers Against Drunk Driving)'에 열성적으로 참여합니다. 그리고 2000년에는 MADD 새 회장이 되었습니다. 이 단체의 활동으로 미국 음주운전 판정의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8%로 낮춰졌습니다. 이 단체로 인해 습관적인 음주운전은 가중처벌이 적용되었고, 사람들은 비로소 음주운전이 폭력적인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 단체의 주축을 이루는 사람들은 사고의 희생자들로 평범한 어머니들입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결코 ‘피해자’라는 한정된 자기규정 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을 거부한 사람들입니다. 그녀들은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오히려 디딤돌로 삼아 ‘새 세상의 건설자’가 되었습니다. 그녀들은 비록 사고로 ‘생물학적 모성’의 대상 일부를 잃어버렸지만 전체 아이들을 새로운 모성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사회적 모성 Social Maternity'으로의 진화를 보여주었습니다.
푸르렀던 어제는 어린이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을 가족도 많았을 것입니다. 답답한 현실을 떠올리며 우리 사회에 사회적 부성과 사회적 모성이 더욱 넘쳐나길 기원해봅니다.
- 2008. 5. 6 週 2회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1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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