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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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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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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5일 02시 00분 등록

“세상 사는 게 그런 것 아닌가. 얻어 터지고 깨지고 넘어지고 하다가 제자리를 찾는 게 인생 아닌가. 나도 그렇게 살았다. 힘들어도 그게 내 팔자려니 생각하면 참을성도 저절로 생긴다. (중략) 저기 우리 집 마당에 봄에는 개나리 목련 진달래가 피고 가을에는 서릿발 맞으며 국화가 핀다. 국화는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하늘로 고개를 쳐들고 비바람이 불어도 참고 견디며 기다리다가 늦게 꽃을 피운다. 인생살이도 참고 가다가 보면 마구 휘둘리다가도 꽃이 필 때가 온다.”

- 장 사익의 2007. 12. 28. 언론 인터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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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 사익 선생이 가수가 된 때는 그의 나이 마흔 여섯입니다. 그의 노래는 구성지고 애달프기 짝이 없습니다. 피를 토하듯 운다는 두견새의 외침처럼 애간장을 녹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피멍을 씻어내는 힘과 신명을 줍니다. 가히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모두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음색입니다. 그가 만일, 그가 만일 젊어서부터 가수를 했다면 그런 음색이 나왔을까요?

돌아보면 저도 조금은 남들에 비해 늦었던 것 같습니다. 뒤늦게 사춘기를 앓았고, 대학은 2년을 더 다녔고, 결혼도 부모가 되는 것도 모두 늦었습니다. 그 시절 동안 꽃이 필 무렵이 되면 심난할 때가 많았습니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봄 꽃을 보면서 꽃망울 하나 맺어보지 못한 신세가 초라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은 봄 역시 좋을 따름입니다. 생각해보면 원하는 삶으로의 선회도 결국 남보다 늦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꽃은 꽃을 시기하지 않습니다. 봄에 피는 개나리가 가을에 피는 국화를 어디 시샘하던가요? 피어날 때가 언제인지를 알기에 자기 속도로 살아갈 뿐입니다. 봄에 피는 개나리가 아니라고 속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마 당신은 여름에 피는 접시꽃일 수도 있고, 가을에 피는 국화일수도 있고, 겨울에 피는 동백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 그대라는 이름으로 된 꽃망울을 맺어본 적이 없나요? 당신 역시 ‘late bloomer’ 로군요.

- 2008. 3. 25 週 2회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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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25 03:40:35 *.36.210.80
아, 찔레꽃 보고 싶다. 찔레꽃 듣도 싶다. 찔레꽃처럼 사랑하고 싶다. 찔레꽃처럼 울고 싶다. 찔레꽃처럼 웃고 싶다. 당신은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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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3.26 00:07:32 *.252.102.191
늦다는 것과 빠르다는 것 등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일텐데,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이 안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기 속도'로 살아간다는 말씀 -참 공감이 가는 얘기입니다.
키플링의 시에서 'if you can trust yourself when all men doubt you...'라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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