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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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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30일 06시 50분 등록

'지방의 경계에 있는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雪國)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기차가 신호소(信號所)에 멈춰섰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소설의 배경인 니카타현의 에치고유자와 온천은 아니었으나 나는 아오모리의 또 다른 설국에서 한 꼬마 아이를 만났습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용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너 용을 본 적이 있니 ? 용은 우리말로 미르라고 해. 아주 신기한 사실은 용은 날 때부터 용으로 태어나지 않는단다. 용은 새끼를 낳고 싶으면 작은 뱀으로 둔갑하여 암컷과 수컷이 서로 사랑하게 된단다. 암컷은 알을 낳지. 아주 작은 알이 나오면, 암수가 서로 마주 보고, '예쁜 아이를 주세요' 라고 기도를 하면 알이 깨지면서 그 안에서 새끼가 나온데.    생각만으로 새끼를 낳는 셈이지.   아주 열심히 바라면 이루어지듯이 말야.     이렇게 태어난 작은 뱀처럼 생긴 새끼는 호수 속에서 긴 시간을 이무기로 보내게 된단다.     500년이 지나야 겨우 용이 된다는구나.     아주 긴 세월을 기다린 것이지.

 용-단청1.jpg

그렇게 어렵게 용이 되었지만    한번 용이 되었다고 해서 계속 용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단다.      천년이 되면 어느 호수가에 모든 낡은 뼈들을 쏟아 버리고   새로운 용으로 다시 태어나야한단다. 그   래서 천둥과 번개를 치게 하고 폭우가 쏟아지게 할 수도 있고, 성질이 나면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가뭄을 가져올 만큼 힘이 센거래.    그래서 용의 기분을 풀게 하기 위한 기우제를 드리면 비를 내리게 해준단다. "

 

 

아이는 초롱초롱한 검은 눈으로 열심히 이야기를 들었지요. 모든 존재를 다 쏟아 이야기에 몰두했기 때문에 이야기와 그 아이는 그만 하나가 되어 버린 듯 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그 아이는 두 팔을 벌리고 흰 눈밭 위를 용처럼 날고 있었습니다. 쌓인 눈 위로 시도 때도 없이 눈이 쏟아지는 설국에서 그렇게 일 년의 마지막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리뛰고 저리 뛰는 아이를 보며 아주 오래 전에 헤르만 헤세가 한 말을 떠 올렸습니다.

 

"현대인이 신화나 전설 혹은 동화에 몰두하는 것은 유년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뭘 모르는 사람만이 현대인의 값싼 우월감으로 과거 원시시대의 신화적 형상들을 비 현실적인 망상으로 매도한다.   우리의 문화는 그 풍부했던 시대의 유산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신화적인 것이 사멸하면서   모든 시가 그 생명을 잃었다"

 

내년에는 여러분 모두 용이 되시기 바랍니다.   서리서리 구름으로 휘감고, 마음에 품은 꿈들이 펼쳐지시길 기원합니다.  시(詩)가 여러분들의 삶 속으로 기쁨으로 쏟아져 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알려드립니다.

내년부터 최우성 연구원이 매주 월요칼럼을 보내드릴 것입니다.

그는 병원에 근무합니다. 병원은 문득 육체가 견디지 못하고 우리에게 사랑의 결핍을 호소하는 곳입니다. 누구나 삶의 위기를 맛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 이 절벽 위에서, 배우고 깨달은 여러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것입니다.

그동안 월요칼럼을 맡았던 신종윤 연구원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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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08:20:17 *.10.140.150

저의 처음 실패작 회사가 이름이 생각이 납니다.

 

허영만의 만화를 보다가 생각났던 "미르" 라는 이름의 개인회사를 만들었지요.

생각만으로 만든 미르는 이무기로 살다가 결국 두번째 뼈를 쏟아내지 못하고 이무기 시절을 이기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죽어버렸지요.

 

이제 또 생각으로 하나의 미르를 품어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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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씨 수고하셨구요 우성이형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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