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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1일 05시 44분 등록

어제 아침 일찍 어느 CEO 모임 조찬회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7시에 호텔에 모여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1시간 정도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메뉴는 간단한 한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끼를 채우기에 넉넉한 양이었습니다. 사회를 맡아 보는 한 여성 CEO가 한식으로 아침을 먹는 데도 겨우 10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해 모두 웃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날마다 동분서주 하는데 정작 밥 먹는 시간은 한 끼에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장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개미처럼 미래에 먹을 것들을 모으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에 정작 지금을 즐기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삶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점들이 모여 만든 궤적인데 말입니다.


문득 어느 날 밤에 읽은 시 한 편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나의 밤이 그대의 아침이 되는군요.

무슨 인생이 이럴까. 근심에 찌들어
가던 길 멈춰서 바라 볼 시간 없다면
양이나 젓소들처럼 나무 아래서서
쉬엄쉬엄 세상 바라 볼 틈 없다면
.......
한 낮에도 밤하늘처럼 별이 총총한
시냇물을 쳐다 볼 여유도 없다면

이 시의 제목은 ‘여유’ leisure 랍니다. W.H. 데이비스라는 시인이 쓴 시입니다. 원래 영국 사람이지요. 시시하고 어두운 성장기를 보내다 금맥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거기서 사고를 당하게 되고, 무릎 위까지 절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외다리가 되었습니다. 걸인이 되었는데 외다리로는 걸인 생활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시인이 되었습니다. 그 후 걸인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다는군요. 비극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보다는 비극이 그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시인을 깨워 놓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군요.

경영자란 일생을 경영에 자신을 바친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하루를 경영할 수 없고, 일과 다른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없고,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을 만큼 바쁘다면 내가 무엇을 경영하고 있는 지 물어 보아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여유는 비극이 우리를 덮치기 전에 자신과 세상을 잇는 다리가 튼튼한 지 묻게 합니다. 나와 아내를 잇는 다리가 튼튼한 지, 나와 내 자식을 잇는 작은 오솔길이 여전히 아름다운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잇는 그 통로가 서로 인사하고 웃고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묻게 합니다. 그리하여 이해관계에 기초한 시장경제적 거래 말고도 세상과 교통하는 비시장경제적
관계망이 우리의 또 다른 기쁨이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오늘은 아름다운 5월의 금요일입니다. 이번 주말엔 어떤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요 ? 나는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9명의 사람들과 2박 3일 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하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늘 나를 떨리게 한 것은 사람이었고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어떤 사람들을 새로 만나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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