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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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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1일 09시 32분 등록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노(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憶年) 비정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유치환의 ‘바위’


지난 금요일은 아주 더딘 하루였습니다. 두 개의 장면이 오버랩되어 저의 마음을 주말 내내 흔들었습니다. 그날 저는 절친하게 지냈던 직장 종료의 개운치 않은 퇴직을 갑자기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내 마음이 무거워졌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습니다. 이날 저녁은 구본형 사부님의 스승의 날 감사 행사, 그리고 1기 연구원 김미영의 ‘두 번째 스무살’ 출간 기념회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와 뜨거운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그와 함께 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그였지만 이 날만은 수척하고 피곤해 보였습니다. 나는 그를 꼭 안았습니다. 그를 뒤로 남겨 두고 떠나는 발걸음은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무거웠습니다.

세검정 ‘마루’ 북카페에는 변화경영연구소 1,2,3기 연구원들과 꿈 벗들이 한데 어울려 자축하고 있었습니다. 새벽녘이 되도록 사람들은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창조적 부적응자들의 덩더쿵 대동제 한마당을 보는 듯했습니다. 사부님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습니다. 김미영 연구원의 즐거움은 저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호쾌하게 웃었고 어떤 이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했습니다.

이 두 개의 상반된 장면이 하루에 벌어지는 현실이 적잖이 당황이 되었지만 엄연히 제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유난히 격랑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저는 매일 불행했고 매일 행복했습니다. 매일 출근하기 싫었고 매일 출근하고 싶었습니다. 갈대처럼 맥없이 흔들리다가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내 안의 마음은 바위처럼 확고해지고 있었습니다. 청마 유치환의 ‘바위’라는 시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내 마음 속의 나침반을 신뢰하려고 했습니다. ‘현재 부적응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다. 결코 나의 가치관을 버리고 눈 앞의 이익만을 좇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 말자. 나는 늘 진실할 것이며 점점 더 행복해 질 것이다. 나는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 속에 나침반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면 방향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이럴 때 산에 오르거나 바다를 바라보면서 내 마음 속의 나침반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 가를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한 번 웃어주세요. 아무리 힘든 나날이라도 웃을 거리는 늘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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