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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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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7일 08시 52분 등록
삶의 어떠한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라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습니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모순, 그 모순 때문에 우리의 삶은 발전하는 것입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입니다. 실수와 깨달음은 언제나 되풀이 되며, 그것이 보통의 우리 삶인 것입니다.
- 양귀자 『모순』중에서


주말 개그 프로 중에 ‘같기道’ 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평소에 TV를 잘 보는 편이 아니지만 이 코너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봅니다.

‘이건 춤도 아니고 무술도 아니여~’
‘이건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여~’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말이 피식 웃음을 자아냅니다. 항상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으면서 살아가는 현 세태를 풍자하는 듯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재미있는 개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개그입니다.

저는 이 코너를 보면서 한비자에 나오는 ‘모순(矛盾)’ 고사를 떠올렸습니다. 모든 방패를 뚫는 창으로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요? 이 예측불허 상황의 결과를 저는 이렇게 상상해보았습니다. ‘창은 부서지지만 방패는 반만 뚫린다. 그래서 창은 부서진 것도 아니고 부순 것도 아니다. 방패도 뚫린 것도 아니고 막은 것도 아니다.’

청춘의 시절, 저는 대척점에 서 있을 때는 분명히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현상과 본질, 우연과 필연, 객관과 주관, 이론과 실천이라는 모순의 변증법 철학을 배우면서도 현실에서는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당위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선택에 한없이 대범해지다가도 순간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갈지(之)자 걸음은 오늘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내 자신이 경험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사이의 모순에 괴로워합니다. 친구들과 만나 즐거워하다가도 뒤돌아서면 까닭 없이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일까?

이 까닭 없음이 모순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삶의 본질은 모순입니다. 이 세상을 둘러싼 모든 것은 모순입니다. 죽을 줄 알면서도 아둥바둥 살아갑니다. 아픈 걸 알면서도 사랑합니다. 칼 융이 “사람의 진정한 삶은 정반대의 일, 즉 밤과 낮, 탄생과 죽음,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이 복합되어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존재는 끝이 나게 된다”고 말한 것처럼 삶은 어느 하나로 쉽게 단정지어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모순을 이해해야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삶을 깊은 곳에서 이해해야 모순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라는 타타타 노래가사가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모순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상을 불균형과 균형이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치열한 삶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마침내 대립적으로 보였던 두 가지가 한 가지처럼 이해되는 회통의 순간에 인생의 진리를 하나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또 다른 모순이 나타나고… 인생은 모순에 의해 발전이 됩니다. 또한 모순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끝으로 양귀자 소설 『모순』에서 저의 마음에 탁 붙는 구절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한없이 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모순을 이해하고 절묘하게 즐길 줄 아는 자, 그가 진정한 인생 ‘같기道’ 의 고수입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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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5.07 18:11:55 *.231.64.5
공학도가 이러면 안되는데!
벌써 적당히 사는 방법을 터득함이 어찌 이상해 보입니다.
죽어도 꺽기지 않는 고집불통인줄 알았는데, 요번 꿈벗 모임에 근사하게 한잔 합시다. "갈기 道"를 논하면서, 애인을 데리고오면 더욱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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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2007.05.08 16:27:05 *.116.198.184
초아 선생님, 제가 IT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대학에서는 인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인문학적 감수성을 빼면 앙꼬없는 찐방인 셈이죠. 고집불통도 아니구요, 사람이 좋아 유혹에 무지 흔들리는 나약한 사내죠. 진짜 꿈벗 모임에서 술 한잔 근사하게 해야겠습니다. 애인은 안 간다고 하니 현지에서 조달해야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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