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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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떠한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라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습니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모순, 그 모순 때문에 우리의 삶은 발전하는 것입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입니다. 실수와 깨달음은 언제나 되풀이 되며, 그것이 보통의 우리 삶인 것입니다.
- 양귀자 『모순』중에서
주말 개그 프로 중에 ‘같기道’ 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평소에 TV를 잘 보는 편이 아니지만 이 코너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봅니다.
‘이건 춤도 아니고 무술도 아니여~’
‘이건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여~’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말이 피식 웃음을 자아냅니다. 항상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으면서 살아가는 현 세태를 풍자하는 듯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재미있는 개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개그입니다.
저는 이 코너를 보면서 한비자에 나오는 ‘모순(矛盾)’ 고사를 떠올렸습니다. 모든 방패를 뚫는 창으로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요? 이 예측불허 상황의 결과를 저는 이렇게 상상해보았습니다. ‘창은 부서지지만 방패는 반만 뚫린다. 그래서 창은 부서진 것도 아니고 부순 것도 아니다. 방패도 뚫린 것도 아니고 막은 것도 아니다.’
청춘의 시절, 저는 대척점에 서 있을 때는 분명히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현상과 본질, 우연과 필연, 객관과 주관, 이론과 실천이라는 모순의 변증법 철학을 배우면서도 현실에서는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당위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선택에 한없이 대범해지다가도 순간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갈지(之)자 걸음은 오늘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내 자신이 경험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사이의 모순에 괴로워합니다. 친구들과 만나 즐거워하다가도 뒤돌아서면 까닭 없이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일까?
이 까닭 없음이 모순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삶의 본질은 모순입니다. 이 세상을 둘러싼 모든 것은 모순입니다. 죽을 줄 알면서도 아둥바둥 살아갑니다. 아픈 걸 알면서도 사랑합니다. 칼 융이 “사람의 진정한 삶은 정반대의 일, 즉 밤과 낮, 탄생과 죽음,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이 복합되어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존재는 끝이 나게 된다”고 말한 것처럼 삶은 어느 하나로 쉽게 단정지어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모순을 이해해야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삶을 깊은 곳에서 이해해야 모순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라는 타타타 노래가사가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모순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상을 불균형과 균형이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치열한 삶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마침내 대립적으로 보였던 두 가지가 한 가지처럼 이해되는 회통의 순간에 인생의 진리를 하나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또 다른 모순이 나타나고… 인생은 모순에 의해 발전이 됩니다. 또한 모순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끝으로 양귀자 소설 『모순』에서 저의 마음에 탁 붙는 구절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한없이 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모순을 이해하고 절묘하게 즐길 줄 아는 자, 그가 진정한 인생 ‘같기道’ 의 고수입니다.
IP *.189.235.111
- 양귀자 『모순』중에서
주말 개그 프로 중에 ‘같기道’ 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평소에 TV를 잘 보는 편이 아니지만 이 코너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봅니다.
‘이건 춤도 아니고 무술도 아니여~’
‘이건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여~’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말이 피식 웃음을 자아냅니다. 항상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으면서 살아가는 현 세태를 풍자하는 듯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재미있는 개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개그입니다.
저는 이 코너를 보면서 한비자에 나오는 ‘모순(矛盾)’ 고사를 떠올렸습니다. 모든 방패를 뚫는 창으로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요? 이 예측불허 상황의 결과를 저는 이렇게 상상해보았습니다. ‘창은 부서지지만 방패는 반만 뚫린다. 그래서 창은 부서진 것도 아니고 부순 것도 아니다. 방패도 뚫린 것도 아니고 막은 것도 아니다.’
청춘의 시절, 저는 대척점에 서 있을 때는 분명히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현상과 본질, 우연과 필연, 객관과 주관, 이론과 실천이라는 모순의 변증법 철학을 배우면서도 현실에서는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당위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선택에 한없이 대범해지다가도 순간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갈지(之)자 걸음은 오늘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내 자신이 경험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사이의 모순에 괴로워합니다. 친구들과 만나 즐거워하다가도 뒤돌아서면 까닭 없이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일까?
이 까닭 없음이 모순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삶의 본질은 모순입니다. 이 세상을 둘러싼 모든 것은 모순입니다. 죽을 줄 알면서도 아둥바둥 살아갑니다. 아픈 걸 알면서도 사랑합니다. 칼 융이 “사람의 진정한 삶은 정반대의 일, 즉 밤과 낮, 탄생과 죽음,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이 복합되어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존재는 끝이 나게 된다”고 말한 것처럼 삶은 어느 하나로 쉽게 단정지어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모순을 이해해야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삶을 깊은 곳에서 이해해야 모순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라는 타타타 노래가사가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모순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상을 불균형과 균형이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치열한 삶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마침내 대립적으로 보였던 두 가지가 한 가지처럼 이해되는 회통의 순간에 인생의 진리를 하나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또 다른 모순이 나타나고… 인생은 모순에 의해 발전이 됩니다. 또한 모순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끝으로 양귀자 소설 『모순』에서 저의 마음에 탁 붙는 구절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한없이 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모순을 이해하고 절묘하게 즐길 줄 아는 자, 그가 진정한 인생 ‘같기道’ 의 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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