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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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10월이 이제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높고 높은 파란 하늘과 흩뿌려진 하얀 구름, 그리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여전히 따듯합니다. 이 좋은 계절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주말이면 너도 나도 경치 좋은 곳으로 향합니다. 지루한 교통체증을 무릅쓰고 말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눈 앞에 있는 자연을 온전히 즐기지 못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에서도 강박에 시달립니다. 항상 걱정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언제나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삽니다.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지 못합니다. 강박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채 시간을 흐지부지 흘려 보내거나, 게임이나 유흥으로 탕진하고 반복되는 후회와 또 다시 찾아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임제어록에 있는 말입니다.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서 있는 그 곳이 참된 자리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마음편지에 썼던 것 같기도 한데, 가물가물해서 다시 인용합니다. 이 아름다운 10월의 한낮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하늘을 보니 이 말이 생각나더군요.
몸과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야 삶의 주인입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고 싶어도, 온갖 번뇌와 망집 때문에 몸과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지기 어렵습니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일단 다른 곳, 이왕이면 야외, 가능하면 좋은 풍광이 있는 곳에 가는 겁니다. 그래야 궁상을 덜 떨 수 있습니다. 자연의 풍광에 감탄하고 사소한 풀잎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 있다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번뇌와 망집은 조금이나마 사그라들게 됩니다. 이왕이면 오버해서 반응하면 할 수록 좋습니다. 억지로 웃으면 조금이라도 더 기분이 나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하지도 않을, 그리고 할 수도 없는 걱정거리를 붙들고 있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간다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10월, 소소한 행복이 깃든 일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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