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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6일 08시 29분 등록


모든 인간에게는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지랄을 사춘기에 다 떨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

- 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Baby Dance Show.jpg

그림 출처: https://indiatribune.com/kids-dance-reality-shows-where-does-the-buck-stop/


양구에서 열리는 대회날, 오전에 있는 단체부문에 참가하는 아이들 때문에 새벽 5시에 함께 출발했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했는데, 어쩐 일인지 잠이 오지 않아 한잠도 못 자고 일어났습니다. 새벽이라 차가 많지 않아 두시간 만에 대회장에 도착했지요. 개인부문은 오후에 하기 때문에 대여섯 시간 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혼자 무대에 오른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가족들이 보러 오기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벨리댄스를 배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대에 오르고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왠지 부끄러워서 가족들은 한번도 공연에 초대하지 않았거든요.

음악가나 무용가 등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한 일반인이 무대 위에 오르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성인이 된 후에는 더욱 그렇지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유치원 때의 재롱잔치나 학예회가 거의 유일하게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르고, 가족의 축하와 꽃다발을 받는 시간인데요. 저는 유치원을 안 다녔기 때문에 재롱잔치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예체능에 재주가 없었기 학예회 때 무대 위에 선 적도 한번도 없었고, 따라서 가족들에게 박수와 꽃다발을 받은 일도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꼭 한번은 가족들에게 무대에 선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보잘것없는 춤을 보러 양구까지 오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했고, 또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아서 다른 핑계를 찾아야만 했지요. 마침 양구에는 이십년 쯤 전에 엄마가 사기당해서 구입한 땅이 있었습니다. 맹지(盲地)였기에 이십년 동안 방치하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근처에 길이 생겼다는 말이 있어서 보러 가자고 꾀었습니다. 간 김에 나 대회 나가는 것도 보고, 응원도 하러 오라면서 말이지요. ^^


제 순서를 30분쯤 앞두고 양구에 도착해서 둘러보고 있다는 가족들을 대회장으로 불렀습니다. 대회를 보러 온 가족들의 반응은 아이들의 재롱잔치를 보러 온 부모의 반응과 비슷했습니다. 즉 자기 아이 외에 다른 아이들의 발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요. 게다가 무용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없어 “보는 눈”이 없는 가족들에게 다른 참가자들의 멋진 춤은 그저 경박스럽게 배를 흔드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발표 시간이 점점 늘어나 한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제 순서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한 두명 보다가 이내 졸기 시작했고, 동생은 전화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초등학생 조카 역시 내내 게임만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 차례에는 잠을 깨고 게임을 멈추며 집중해서 봤고 동영상도 찍어주었습니다. 마침내 저의 순서가 끝나자 이제  가자며 일어서더군요. 뭐 결과 발표를 기다릴 이유도 없었기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나섰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제가 제일 예쁘고 제일 보기 좋았다는 칭찬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일흔이 넘은 엄마의 눈에도 역시 당신 자식이 최고로 예쁘게 보이셨나 봅니다. ^^

그 이후로 두 번 더 공연에 초대했는데, 첫번째와 같은 칭찬은 못 듣고 있습니다. 엄마도 어느새 보는 눈이 생겨 객관적 판단이 가능해진 것이겠지요. 아쉽게도 올해는 공연이 모두 취소돼서 한층 발전한(?) 제 모습을 못 보여드리네요. 내년에는 객관적 판단으로도 칭찬받을 수 있도록 좀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따뜻한 한 주 보내세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출간소식]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 이수정 저 

"와인 마시고 치즈 먹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이 책은 와인, 치즈, 빵에 대한 전문 서적이 아니다. 미식 테이블이 낯선 당신을 위한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이야기 책, 읽고 나면 와인, 치즈, 빵이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당신은 식탁 위의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될지도 모른다.   

http://www.bhgoo.com/2011/864496


[출간소식] "CEO를 위한 Tax Talk" 박중환 저 

세금만 잘 알아도, 당신은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 세금 이야기는 언제나 화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라면, 세금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세금이라면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저자의 해법을 따라가면 길이 보인다

http://www.bhgoo.com/2011/863572













IP *.226.157.137

프로필 이미지
2020.12.07 21:35:53 *.52.45.248

꾸준히 하시면 멋진 공연 가능할거라 믿습니다. !  화이팅 !    

프로필 이미지
2020.12.13 09:19:27 *.226.157.137

네 저도 그럴거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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