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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6일 06시 13분 등록


귤차.jpg


딸과 단 둘이 떠난 제주 여행의 컨셉은 애쓰지 않기였다. 내내 집에만 있기가 너무 답답하다며 비행기타고 제주도 가고 싶다고 보채는 아이가 안쓰럽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일이다 시험이다 저마다 떠나지 못할 사정이 있는 남편과 큰 아이도 걸렸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나의 컨디션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집에서의 루틴한 일상조차 버거울 만큼 휘청이고 있었다. 나를 치유해보겠다고 작정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믿었던 1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라 여기며 버려지지 않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의 눈치를 보며 노심초사 안절부절하고 있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인 자신에 대한 실망과 이런 상태로 남은 삶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해일처럼 덮쳐 왔다.

 

그래도 아이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힘을 내 봐야지 맘을 먹어보지만 좀처럼 기운이 차려지지가 않았다. 그나마 전과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금 나의 상태에 솔직해지는 것뿐이었다. 바꿀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을 테니까. 아이가 여행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여행가고 싶은 네 마음 너무 이해가 가. 그런데 말이야. 엄마가 지금 좀 힘들어서 여행가도 많이 돌아다닐 수는 없을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괜찮아. 괜찮아. 나도 많이 돌아다니는 건 싫어. 그냥 비행기 타고 멀리 가고 싶어서 그래.”

 

알겠어. 그러면 우선 아빠랑 오빠랑 상의해 보자.”

 

남편과 아들에게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둘 다 본인들은 걱정 말고 흔쾌히 다녀오란다. 바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소는 난생 처음 게스트하우스로 잡았다. 돌아다닐 기운이 없으니 숙소체험이라도 하자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준비는 이걸로 끝이었다. 나머지는 신께 맡기기로 했다. 좀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더 이상을 어찌 해볼 여력이 없었다. 비행기를 타러나가는 내 유일한 목표가 무사귀환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기왕 이렇다 할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온 여행이니 이곳에서 만큼은 해야 하는 일은 모두 내려놓고 가슴의 소리, 몸의 소리에 충실해 보기로 했다. 쉽지는 않았다. 아이도 이제 열두 살, 엄마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따라다니던 시절이 언제 있었냐는 듯 제 방문 닫고 들어가면 부를 때까지는 있는 줄도 모를 만큼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나이였지만 막상 제주까지 와서 방 안에 있겠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다. ‘내가 오기 전부터 너무 겁을 줬나? 그래서 애가 엄마 힘들까봐 그러는 걸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더 보고 듣는 게 좋지 않을까? 어떻게든 달래서 아이를 데리고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이런 저런 생각이 올라왔다. 하지만 아이는 단호했다.

 

엄마가 내 가슴에 충실해보라면서. 나는 지금은 방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내 걱정 말고 엄마는 엄마 하고 싶은 거 해.”

 

그렇게 45일간의 일정 중 사흘 오전을 오롯이 혼자서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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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박노진의 식당공부』 박노진 저
음식보다 마음을 파는 외식 경영 전문가 박노진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 않는 외식업 데이터 경영 노하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위기시대의 식당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성공하는 식당들을 만들었던 박노진의 데이터 경영 강의 자료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http://www.bhgoo.com/2011/862280#2


 

2. [출간소식] "언어의 유혹도명수 저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다이처럼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저자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어 내놓았다

http://www.bhgoo.com/2011/862209#3


IP *.138.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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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7 17:02:46 *.133.149.97

힘내라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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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3 07:42:23 *.138.79.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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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3 15:23:07 *.6.230.65

차곡 차곡 풀려가는 이야기들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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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2 12:24:15 *.140.208.4

차근차근 귀기울여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겠지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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