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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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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6일 08시 30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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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s 용기충전소

인생이 한 편의 이야기라면

어제 경북 칠곡으로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새벽같이 집을 나서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 19년 전의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19살이었고,  수능을 마치고  빈둥거리며 대학 입학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열망이 들끓었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런 일을. 우연히 서울에서 부산까지 영남대로가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옛길을 따라 도보여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가는 건 재미가 덜 하니, 무전여행을 해보기로 했죠. 어차피 돈도 없었고요.

'영남대로'는 서울 남대문에서 시작해  용인, 안성, 문경새재를 지나  칠곡, 청도를 거쳐 부산 동래성까지 이어지는 970리의 길입니다.  한양에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이 걷고, 지방 발령을 받아 내려가던 관리가 행차하고, 5일장을 떠도는 장돌뱅이들이 이용한  길이었습니다.  그 길을 제가 걷는다니 설렜죠. 물론 그 설렘은 첫날 뿐이었지만. 혼자 그 길을 걸으며 흘린 눈물만 한 바가지는 될 겁니다.  너무 외롭고, 너무 힘들어서 매일 울면서 걸었습니다. 그런데도 포기할 생각을 한 번도 안한게, 생각해보니 신기하네요.ㅎㅎ 그렇게 계속 길을 갔고 7일째 되던 날 칠곡에 다다랐습니다. 날이 저무는데 오늘은 어디서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어둑살이 내려 길도 잘 보이지 않아서, 근처 식당에 들어가 길을 물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길을 알려주시다가, 제가 무전여행중인 걸 아시곤 식당에서 자고 가라고 권하셨습니다. 마다할 처지가 아니어서, 감사하다고 넙죽 받았습니다. 그날 밤 식당의 방 한 칸에서 잠을 달게 자고 다음 날 새벽같이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미리 아침밥까지 차려두시고 먹고가라고 손을 끄시더군요.  염치불구 아침까지 잘 얻어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마음까지 따스해졌습니다. 그렇게 '칠곡'은 따스한 쌀밥과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주머니로, 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칠곡을 19년만에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여행이 아니라 강연을 하러 간 길이었고, 어리버리 19살의 김글리가 아닌 38살의 김글리였죠.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제가 강연한 주제는 <내 삶의 용기를 충전할 시간, 인생모험>이었는데, 그 안에는 울며불며 지나왔던 19살 무전여행 이야기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제가 19살에 지나왔던 그 길 위에서, 19년이 지나 그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다니! 정말 기분이 묘했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수강생분들이 오셔서 인사를 건넸습니다. "정말 용기를 얻었다." "너무 고맙다", "대단하다"고요. 다시 한번 기분이 묘하더군요.  울며불며 지나온 시간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되었고, 그 이야기를 제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었고, 그를 들은 사람들에 제게 용기를 얻었다고 말해주는 장면은, 마치 꿈처럼 초현실적이었습니다. '인생이 한 편의 거대한 이야기'라는 게 문자 그대로 가슴에 와 꽂혔습니다.

21살에 호주를 여행할 때 만났던 어떤 호주 할아버지가 해준 말이 생각났습니다.  

"Take everything. 길 위의 모든 걸 경험해라. 무엇이 찾아오든 내치지 말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거야. 그 모든 것들이 네 삶을 풍성하게 해줄 이야기가 되어 줄테니."

인생의 모든 순간은 알알이 맺혀 이야기가 되어가는 건, 언제 봐도 정말 신기합니다.  어떤 하루를 보내든, 이 하루도 결국 한 편의 이야기로 남는 걸 알게 되면 인생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오늘 내가 보낸 하루가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 , 좀 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집니다. ㅎㅎ

어찌됐건 지금 이 순간도,  한 편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순간들이 모여 거대한 이야기으로 만들어지겠죠.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어떤 이야기를 만드실 작정인가요?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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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6 16:33:01 *.133.149.97

칠곡의 식당은   아직 있던가요?  19년 전이니까 없어졌겠죠?  궁금하네요 !  그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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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22:48:46 *.181.106.109

그 칠곡의 식당이 어디있었는지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찾질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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