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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8일 09시 45분 등록



내가 즐기는 것은 무대에 있다는 것 자체입니다.

- 데비 깁슨


Couple of dancers.png

그림 출처: https://www.howareyoufeeling.org.uk/volunteer-blog/z2kyslheyq4smykdfpchpszd3dzj3e


1주일 동안 틈날 때마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 웃으며 춤추는 연습을 했습니다. 웃는 데 집중하다 보니 안무를 자꾸 잊어버렸습니다. 안무는 못 외워도 된다고 했지만, 어찌 안무를 외우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안무와 순서를 생각하며 연습했더니 역시나 굳은 얼굴이 되더군요. TV를 보고 책을 읽으며 동시에 입으로는 밥을 먹을 정도로 멀티태스킹에 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착각이었나 봅니다. 안무를 기억하며 미소를 유지하는 간단한 두가지가 한 번에 안 되다니요. 타고난 몸을 원망했지만 방법이 있나요. 그저 더 연습할 밖에요.

1주일이 지나고 숙제 검사를 받았습니다. 안무와 웃는 얼굴, 동시에 신경쓰느라 삐걱댔지만 어쨌든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두번째라 여유가 있다며 칭찬하네요.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미소가 자연스럽다며 또 칭찬이네요. 남의 속도 모르고...


공연 당일, 확실히 첫번째보다는 덜 떨렸습니다. 정말 두번째라 여유가 생긴 걸까요? 아무래도 무대가 훨씬 작은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무대에 압도되지 않으니 긴장이 좀 덜 되었거든요. 예쁜 의상을 입게 된 것도, 메이크업이 잘 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른 댄서들에 비하면 여전히 소박했지만 적어도 저승사자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니까요. 왠지 잘 될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파트너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리허설을 해야 되어서 혼자서 무대에 올랐습니다. 리허설이 끝난 뒤 전화를 하니 아직도 미용실에 있다고 합니다. 기가 막혔지만 어쩔 수 있나요. 기왕에 하고 있는 거, 예쁘게 하고 오라고 했네요. 그녀는 전화를 끊고도 한시간 쯤 지나서 도착했습니다. 미용실에서 늦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아마추어 댄스 공연이 아니라 미스코리아 경연에라도 참가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멋진 헤어를 한 댄서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아무리 예쁘게 화장과 머리를 한다고 해도 그래봤자 엄마들이 해주는 거라 전문가가 하는 것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거든요. 이렇게라도 우리 팀이 눈에 띄니 다행인 걸까요? 화를 가라앉히고 연습하자며 같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조금 있으면 마지막 리허설인데 적어도 한 번은 맞춰봐야 했습니다. 연습은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녀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안무를 다 외웠고 둘이 잘 맞았던 것 같은데모두 잊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갈수록 제 얼굴은 굳어만 갔고요. 미안하다는 사과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두번째 공연도 망칠 것 같다는 불안감만 커졌습니다. 몇 번의 연습을 더 하고 리허설을 마쳤습니다. 다행히도 그녀는 안무가 기억이 난 듯 제법 잘 맞췄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문제였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도무지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화는 풀렸지만 무대에 올라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떨림도 커졌거든요. 두번째라 여유는 무슨누가 봐도 알 수 있게 긴장감으로 가득했습니다. 반면에 그녀는 여유가 넘쳐 보였습니다. 넘어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등 농담을 하며 저를 웃게 만들려고 하네요.

우리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옆에 서 춤을 춰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여유가 느껴지며 저도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갑자기 객석에서 환호와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마도 그녀가 뭔가 재미있는 걸 했나 봅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같이 웃게 되더군요. 곧 다시 어색한 얼굴로 돌아왔지만요. 어쨌든 웃으면서 공연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분장실에서 그녀는 제 덕에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며 고마워했습니다. 아까는 자신이 실수를 해서 사람들이 웃었다며 미안해 했지만 덕분에 저도 웃었는 걸요. 아들이 공연을 보러 온다고 해서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고 합니다. 엄마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하네요. 그녀의 바람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아들에게서 가장 크고 예쁜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저도 나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잠깐이나마 웃으면서 춤을 췄으니까요. 그것보다도 무대 인사 겸 간단히 15초쯤 춤을 출 때 활짝 웃었습니다.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진심으로 즐거웠거든요. 나중에 영상을 확인해보니 본공연보다 무대 인사할 때 훨씬 잘했더라구요. 15초에 불과했지만 무대에서 즐긴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는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다음번에는 공연내내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겠지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출간소식]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 양재우 저
20
가지 경제 공부법,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경제 공부야말로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매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런 방법으로 알곡을 모은 20가지 경제 공부법을 저자는 제안한다자신만의 경제 공부법을 터득한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http://www.bhgoo.com/2011/863587

 

[출간소식] "CEO를 위한 Tax Talk" 박중환 저 

세금만 잘 알아도, 당신은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 세금 이야기는 언제나 화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라면, 세금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세금이라면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저자의 해법을 따라가면 길이 보인다

http://www.bhgoo.com/2011/863572


 



IP *.226.157.137

프로필 이미지
2020.10.23 15:24:59 *.6.230.65

웃으면서 춤추기! 정말 어렵던데, 잘 해내셨군요!! 우여곡절이 있어서 더 좋은 이야기가 되었네요^^

프로필 이미지
2020.10.25 08:46:08 *.226.157.137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아직도 어렵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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