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알로하
  • 조회 수 125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20년 10월 11일 08시 53분 등록


발레를 하는 사람들이 바(bar) 연습을 하는 과정에는 심미적인 것이라곤 전무하다. 춤을 추기 시작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규칙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와중에 작품을 고안한다. 하지만 마침내 규칙이 녹아 없어지고 자연스러운 충동이 주가 된다. 예술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오랜 속담이 있다. “우선 모든 규칙을 배운 다음, 그 규칙을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규칙들이 순수한 행동 속으로 녹아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조셉 캠벨 <신화와 인생>


Smiling dancer.jpg

출처: https://creativemarket.com/StefanDahl/1785516-Smiling-Asian-woman-dancing-with-group-in-ballet-class


지난 주에 추석연휴로 한 주 쉬었더니 어느새 10월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연말에는 으레 공연을 했기에 이맘 때는 늘 공연 준비와 연습으로 무척 바빴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공연이 취소돼서 연습도 쉬고 있습니다. 바쁘지 않아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아쉽네요.


아쉬운 첫 공연 이후 한동안 학원에 유일한 성인 수강생이었다고 했지요. 두 달 정도 지나자 새로운 학생이 왔습니다. 알고 보니 그 전에 1년 넘게 다녔었고 공연도 했던 분이라고 하네요. 어쩐지 동작이 좀 엉성하긴 해도 초보는 아닌 듯 보였습니다. 특히 활짝 웃으며 즐겁게 춤추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두 달 전 첫 공연에서 제일 아쉬웠던 게 3분 내내 얼어붙었던 제 표정이었으니까요.

며칠 후 선생님은 연말, 즉 석 달 후에 또 공연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번 공연은 선생님의 스승이 협회장으로 있는 협회 차원의 큰 공연이었던 반면 이번 공연은 우리 학원과 다른 학원, 두 곳만의 작은 공연이라고 합니다. 장소도 서울의 큰 공연장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작은 곳이라 부담이 덜 할거라며 이번에도 참가하라고 하네요. 마침 새로 온 분과 함께 하면 될 것 같다고 하면서요. 첫 공연의 아쉬움 때문에 꼭 한 번 더 하리라 마음 먹었지만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이렇게 빨리 다시 기회가 온 것이 싫었습니다. 3개월만에 어떻게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나요? 첫번째보다 짧아진 연습 기간에 두번째 공연은 더 엉망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는 패쓰하고 다음 기회에 참여하겠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온 분이 무척 공연이 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 분 역시 1년 전의 첫번째 공연이 너무 아쉬웠고, 두번째 공연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건강 문제로 쉬다가 좀 나아져서 다시 나왔는데, 나오자 마자 공연 일정이 잡혀서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50대 중반이었고,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몰라 이번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합니다. 아무리 꼭 참여하고 싶어도 솔로 공연은 무리인지라 제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고민이 됐지만 이번에는 좀 더 예쁜 옷을 입고, 화장도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지난번의 저승사자와 같은 불상사는 없게 하겠다는 선생님의 약속을 믿기로 했습니다. 미리 사진을 찍어서 공연 포스터와 프로그램에도 올리겠다고 하네요. 짧은 연습 기간을 고려해 지난번보다 짧은 230초에 1절과 2절이 반복되는 구성으로 안무를 짜서 가능한 쉽게 하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동작을 크게 하고 이번에는 정말 활짝 웃으면서 하기로 했지요. 같이 하는 분이 워낙에 잘 웃는 분이라 저도 같이 활짝 웃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3개월에 새 안무를 익히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연습을 가는 게 점점 귀찮아 졌습니다. 먼저 같이 하자고 했던 분이 일이 바쁘다거나 몸이 아프다며 연습에 빠질 때는 짜증이 나기도 했지요.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많은 분이라 아무래도 박자를 맞추거나 안무를 외우는 게 좀 느렸거든요. 연습을 더 많이 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 빠지고, 자꾸 틀리니까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본인이 너무 미안해 하니까 화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어쨌든 흘러 안무를 다 배웠고, 외우기 위해 영상을 찍기로 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안무를 외웠고 그분은 전혀 못 외웠기에 당연히 제가 훨씬 잘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이게 웬일인가요. 영상 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건 제가 아니라 50대의 파트너였습니다. 물론 동작은 틀리지 않고 제가 잘 맞췄지만, 화난 얼굴로 제가 하고 있는 건 춤이 아니라 체조 같았습니다. 반면에 박자는 좀 놓치고 옆 사람을 보고 베끼긴 했지만 그분은 웃는 얼굴과 여유로운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아직 연습 중이야. 실제로 무대 위에서는 다를 거야라고 변명했지만 연습할 때 없던 여유가 무대 위에서 갑자기 생기지는 않겠지요. 연습할 때 여유로워야 무대에서도 여유로울 수 있겠지요. 제 눈에 보였으니 선생님의 눈에도 당연히 보였겠지요. 선생님은 우리 둘에게 각각 다른 과제를 주셨습니다. 파트너에게는 다음 시간까지 안무를 꼭 외워올 것. 그리고 제게는 안무를 못 외워도 괜찮으니 꼭 웃으면서 연습해올 것.

평소에 웃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웃으며 춤추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규칙을 잊어버리고 자연스러운 충동으로 움직이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말이지요. 두번째 공연에서는 첫번째 무대의 아쉬움을 떨칠 수 있었을까요?

두번째 공연은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바람이 차갑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IP *.226.157.13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36 목요편지 - 가을 시 [2] 운제 2020.10.22 1227
3635 머리칼이 바람에 엉클어지며 산 속에서 장재용 2020.10.20 1329
3634 [화요편지] 바다를 '나는' 여인들 file 아난다 2020.10.19 961
3633 [월요편지 30] 도미노 효과, 성공이 쌓이는 비밀 file 습관의 완성 2020.10.18 1352
3632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두번째 공연, 미스코리아 화장, 성공적... file [2] 알로하 2020.10.18 1047
3631 [용기충전소] 인생이 한 편의 이야기라면 [2] 김글리 2020.10.16 1043
3630 산과의 첫 만남 [1] 장재용 2020.10.13 873
3629 [화요편지] 막막함이 설레임이 되기까지 file 아난다 2020.10.13 1027
»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너무 빨리 찾아온 두번째 기회 file 알로하 2020.10.11 1258
3627 [월요편지 29]직장에서 영어 동아리 2년 운영해 보니 습관의 완성 2020.10.11 1333
3626 [용기충전소] 한글날, 쉬어갑니다 file 김글리 2020.10.09 994
3625 목요편지 - 테스형 [1] 운제 2020.10.08 882
3624 ‘월급쟁이’ 내려놓고 ‘산’으로 [1] 장재용 2020.10.06 1083
3623 [화요편지]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솔직해지는 것뿐이었다. file [4] 아난다 2020.10.06 1071
3622 [월요편지 28] 나의 성장은 안전지대 밖에서 이루어졌다 [1] 습관의 완성 2020.10.04 1447
3621 [월요편지 27] 세상엔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1] 습관의 완성 2020.09.27 975
3620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세상의 필요와 나의 꿈이 만나는 곳 file 알로하 2020.09.27 1014
3619 [용기충전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 [2] 김글리 2020.09.25 937
3618 목요편지- 아! 가을인가 운제 2020.09.24 945
3617 월급쟁이 무기력 장재용 2020.09.22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