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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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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5일 05시 1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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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s 용기충전소

더하기보다 뺄 때, 진짜 삶이 드러난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무언가를 '더하는' 것에 집중해왔습니다. 강연을 듣고, 책을 읽고,  철학을 모으고, 좋은 말들을 모으고, 경험을 모으고, 끊임없이 모으기만 했죠. 그런데 모으면 모을 수록 명료해지기보다 더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땐 왜 그런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좋아보이는 것'들을 모으다보니, 겉보기엔 좋아보였지만 제 본성이나 가치관과 맞지 않은 것도 더러 있었던 거죠. 그래서 종종 헷갈리곤 했습니다. '이게 나인가? 이게 진짜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었나??'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건, 제가 모아온 것들을 버리고 정리할 때가 됐다는 겁니다.  

전세계에 정리열풍을 가져왔던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말로 정리를 삶의 철학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집안을 정리하면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 그리고 인생까지 극적으로 달라지는데, 이는 정리를 통해 '과거를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정리를 하면 확실히 알게 됩니다.  

이런 정리의 정신은 글을 쓰는 정신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정리가 내 주변 생활을 정리한다면 글은 내 삶을 정리해줍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게 일어난 일을 편집하여 쓰는 일입니다. 사건을 선택하고, 그를 해석하고, 적는 행위는 스스로의 경험을 정리하며 편집하는 일입니다. 인생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무엇을 택하고 그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보게 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납니다.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수많은 이야기를 쌓아갑니다. 그런데 고물상처럼 이야기를 쌓아두기만 할 뿐 그를 좀처럼 처리하지 않죠. 인도에서는 이를 두고, '썩은 감자를 등에 지고 다닌다'고 표현합니다. 버려야할 것들이 있는데도, 그를 모른채 썩은 내가 날 정도로 계속해서 이야기들을 지고 다닌다는 이야깁니다.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이야기라도, 우리는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곱씹을때마다 계속 상처를 입으면서도, 버리지 않는데 있죠. 이런 이야기가 우리가 계속해서 지고 다니는 썩은 감자입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가 잎을 떨구는 것처럼, 우리 삶에도 그간 쌓아둔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버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삶을 더욱 가볍게 그러나 단단하게 만들기 위함이죠.  

그러면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어떤 이야기를 버릴 것인가? 생각해보아야겠죠. 저는 그 기준을 곤도 마리에의 철학에서 좀 빌려왔습니다. 그녀는 정리를 할 때 직접 물건 하나 하나를 만져서 몸의 반응을 살피고, 설레지 않는다면 버리게 합니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겁니다. 좋은 느낌이 올라오는지, 불쾌한 감정이 올라오는지를 잘 살피고, 좋은 느낌이 올라오면 그 이야기를 가지고 있되, 그렇지 않으면 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빌자면, '설레지 않는 이야기는 버려라!'가 되는거죠.

하지만 정리할 때 그냥 쓰레기처럼 폭력적으로 버리면 곤란합니다. 그를 지금껏 가지고 살아온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최대한 존중을 표하며, 좋은 친구를 보내주듯 보내주는 게 좋겠네요. 글을 쓰면서 당시의 이야기를 세심히 발굴해갑니다. 당시의 상황과 당시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하지만 매우 솔직하게 펼쳐놓습니다. 문법, 맞춤법은 잠시 잊습니다. 판단도 하지 말고, 이야기가 자유롭게 흘러나올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기다립니다.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오더라도 보듬어 안겠다는 다짐도 필요하겠군요. 함께 흘러나오는 감정도 꼭 보듬어 안아줍니다. 그렇게 쓴 글은 일주일 정도는 묵혀두고 다시 읽기로 합니다. 아픈 이야기일수록 시간을 묵혀둘 시간을 가지는 게 좋겠습니다. 읽고 나서 내게 와줘서 고마웠다고 이야기하고 잘 가라고 말해줍니다. 이 역시 곤도마리에가 물건을 버릴 때 쓰는 방법입니다. 때로는 글을 쓰는 동안 그 경험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때는 이야기가 알아서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렇게 글을 쓴 뒤엔? 남은 것들로, 가볍고 단단해진 나의 답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행복한 인간은 행복한 이야기를 많이 가진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설레게 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살 때의 나를 상상해봅니다.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내가 참 괜찮은 인생을 살아왔구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매일 맞이한다고 생각해봅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도, 이대로도 나 참 괜찮구나.' 생각이 절로 들 것 같습니다. 그대로도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

가을입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떨구기에 더 없이 적합한 계절입니다.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내 삶을 정리할 때가 된 겁니다.
올 가을 그 작업을 해봐야겠습니다.
글을 쓰며 설레는 이야기를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정리하는 작업을요.
여러분에게도 초대장을 날립니다.  

IP *.211.5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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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16:57:52 *.133.149.97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저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생각없이 행동한다면 위험하지만 행동없는 생각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또는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선수가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수한 선수의 조건이라고 가르침니다.  곧  강한 자(많이 알고 있는 자)가 살아 남는 것(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행동을 통해 실천할 수 있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상대적인 경기에서는 내가 잘하고 익숙한  방법이더라 하더라도  상대가 더 익숙하고 잘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효과적이라면 내게 익숙하지 않더라도 그래서조금은 서툴더라도 행동할 수 있다면 상대를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지금의 상황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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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23:30:49 *.181.106.109

운동을 예시로 들어주시니 더욱 잘 와닿는군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벗과 같아서 즐거움이 더해지지요. 댓글로 그를 표현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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