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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9일 22시 44분 등록

해녀.jpg



예감은 적중했다. 그녀들 역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바다생명체들과 그녀들이 내뿜는 아름다움의 본질은 지금 여기에 주어진 삶에 집중하는 힘이었다해녀박물관에서 만난 그녀들은 정확히 바다에서 내가 만난 생명체들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다. 각자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던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더 선해지려고, 더 옳으려고, 더 나으려고 애쓸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 이미 생명의 네트워크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소라게와 작은 물고기와 따개비들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인간 여인들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구나. 그렇다면 정말로 다시 살아볼 만 하겠구나


그 여인들도 사람이니 때로는 나처럼 갖지 못한 것에 애 닳아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었을 것이다. 할 수 없는 일들이 서러워 무너져 내린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자신에게 의지해 삶을 이어가는 존재들을 먹여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갔던 바다에서 아무런 대가도 없이 제 생명을 내어주는 생명체들이 말이 아닌 언어로 전하는 존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에 그 밤을 넘기고 다시 일어나고, 그 날을 보내고도 다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바다와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날들을 보내며 끊임없이 주고 받고 먹고 먹히는 생명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없는 기회이자 축복임을 몸으로 서서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분명히 알게 되었다. 서울을 떠나오기 전 나를 덮친 번뇌의 실체를. 나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나 역시 이미 우주가 만들어놓은 생명 네트워크의 당당한 일원이라는 것을. 그 축복의 네트워크 안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한 모든 힘과 기술 역시 이미 내게 주어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너무나 당연히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내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우주의 일이기에 그 누구도, 설사 나 자신조차도 그 일의 시비와 선악과 우열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늘 옳고 싶고, 선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작은 마음이었다. 받기만 하고 주고 싶지 않은, 먹기만 하고 먹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것은 지구 위 모든 생명체들의 에너지인 태양을 독점하고 싶어 하는 것과 같았다. 아니 어쩌면 내게 사는 것처럼 산다는 것의 이미지는 스스로 태양 그 자체가 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비현실적인 이미지에 빗대어 현실의 나를 쉴 새 없이 판단하고 평가하고 단죄하느라 정작 삶 자체에 집중할 힘을 잃어가고 있었던 거다.

 

부족한 존재임을 들키고 나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뿌리 깊은 두려움도, 부족함을 메워보려는 노력으로 그 두려움을 극복해보겠다는 헛된 희망도, 이렇게 불안한 채로 남은 삶을 어찌 감당해내나 하는 걱정도 모두 그 작은 마음이 만들어낸 무지와 오만에서 비롯된 고통이었던 거다.

 

내게 주어진 생명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이미 충분하다니. 묵직하던 가슴께가 후련해졌다. 호흡이 거듭될수록 몸도 점점 가벼워졌다. 세포 하나하나에서 충만한 힘이 느껴졌다. 제주에 오기 전,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한없이 가라앉기만 하던 때로서는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던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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