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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6년 7월 6일 00시 52분 등록
디테일을 버려라.

반도는 지금 장마의 계절. 부쩍 비 만나는 날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높아진 기온과 습기가 만나 안개를 드리우는 날도 많아 집니다. 이런 날이면 저는 배낭을 꾸려 산에 오르고 싶어 집니다.

비 오는 날을 골라 산에 올라 보셨는지요?
비가 오는 날, 안개마저 드리운 산의 숲은 온전한 고요, 완벽한 평화, 아름다운 신비입니다.
낮은 기압 탓일까… 피톤치드향이 코 끝에 그윽하게 걸리고, 온갖 활엽수에 부딪히는 빗방울의 화음이 찌든 영혼을 파고들며 묵은 마음을 맑고 시원하게 씻어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우중(雨中)산행(山行). 그 맛을 느껴 보셨는지요?

평소에 눈길을 차지하던 왠만한 장면들을 비와 박무가 가리우는 이런 날, 산 정상에 올라 발 아래 펼쳐진 풍경을 마주한다는 것은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 소소한 디테일을 물리고 대신 윤곽을 등장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 아주 조용히 내 삶이 만들어 내는 긴 실루엣에 주목하는 시간입니다.

너무 바쁘게, 쫓기듯 진행하는 우리의 자질구레한 일상이 박무와 빗소리에 지워지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생의 윤곽과 굵직한 궤적을 바라보는 계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고 하고 비슷한 주장의 책도 등장했지만, 저는 가끔 삶의 디테일을 지우고 싶어집니다.
조용히, 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윤곽이 무엇인지를 묻는 시간을 만나고 싶습니다.

제가 비오는 날 산에 오르는 이유입니다.

어느 비오는 여름 날, 우리 산에 한 번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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