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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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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5일 08시 39분 등록
누구라도 가끔은 자신이 했던 일들을 후회하는 때가 온다. 

'그때 세계여행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 친구와 연락을 끊지 말았어야 했는데…'

얼마전 지인이 자신이 세계여행 다녀온 걸 두고 '그건 순전히 객기였고 남은 게 하나 없다'고 깊이 후회하는 걸 보았다. 그를 보고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경험을 하면 사람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경험이 쌓이면 좀더 지혜로워지거나 용기백배해질 줄 알았다. 그래서 세계여행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는데 열중했다. 20대는 어떻게 살 것인지 인생을 모색하는 시간이라고 믿었고, 내 가슴속 불길에 따라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면 훗날 그 경험들이 내 길을 만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남들이 경력을 쌓으려고 애쓸 때,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쌓는데 내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러는 사이 3년을 여행했고, 직장을 3번 옮겼다. 세계여행도 하고, 히말라야도 오르고, 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하며 버킷리스트을 거의 다 이뤘다고 생각했을 때 정말로 변곡점이 왔다.  

서른 살. 그간 정말로 다양한 경험을 얻었는데 정작 내 손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안정된 삶도, 사회적 경력도, 인정도 없었다. 예상과 달리 더 현명해지지도 않았다. 내 앞에서 길이 열리기는 커녕 여전히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내게 남은 거라곤 잔고가 0원인 통장뿐이란 걸 알았을 때  엄청나게 당황했다. 

'내가 지금까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순전히 객기를 부린 거에 불과했나? 지금까지 쌓아올린 건 아무것도 아니었나?' 수없이 생각을 해봐도 뭐가 잘못된 건지 몰랐다. 아무래도 이번생은 망했다는 생각에 깊은 우울감으로 빠져들었다. 일년 넘게 죽고싶다는 생각을 매일 하면서 깊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 그 시간을 겨우겨우 지나며, 크게 깨달은 게 있었다.

'경험은 힘이 없다는 것'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그러면 견문이 넓어질 거라고 말이다. 맞는 말인데, 견문이 넓다고 해서 더 잘 살거나 지혜로워지진 않는다. 그냥 생각하는 폭이 넓어질 뿐이다. 나 역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끝인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경험 자체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게 내 길을 만들어주지도 않고, 나를 더 지혜로운 인간으로 바꿔주지도 않았다. 그럼 대체 경험은 언제 힘이 생기는가? 

독일 철학자 니체는 여행자를 5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여행을 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자. 2단계는 세상에 나가서 자기만 들여다보는 자, 3단계를 세상을 관찰해 무언가를 체험하는 자. ‘경험했다’는 건 고작 3단계에 해당한다. 4단계는 체험한 걸 가지고 지속적으로 자기 생활에 가지고 있는자다. 깨달음이 일어나는 단계다. 5단계는 체험한 것을 삶에서 반드시 되살려내는 자다. 이 단계가 되어야 비로소 변화가 일어난다. 

이처럼 경험했다는 건 뭔가를 익혔다는 것일 뿐, 그 경험의 힘을 쓰려면 경험의 다음 단계인 ‘체화’를 거쳐야 한다. 온 몸으로 습득해 삶에 적용하는 단계다. 체화의 단계를 거쳐야 경험을 통한 변화가 생기고, 힘이 생겨난다. 경험은 구슬과 같아서 그를 모은다고 뭐가 생기지 않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경험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힘을 발휘하는 건, 그 경험을 활용해 무언가를 할 때다. 가만히 앉아서 '난 이런 경험을 했어' 해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경험이든 활용할 때, 경험은 자신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글을 쓰든, 강의 콘텐츠를 만들든, 작품을 만들든, 경험으로 얻은 아이디어를 통해 사업을 하든, 자꾸 '활용'하고 '적용'해야 한다. '내가 뭔가를 했다'는 것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에서 머무른다면 그 경험은 그냥 구슬로만 남아있을 뿐, 가끔 추억으로만 꺼내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경험을 가지고 내가 활용하기 시작할 때, 그 경험은 달라지고, 서로 연결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똑같은 가사 경험을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그를 사업화 해서 돈을 벌지만 어떤 이는 경험으로 남기고 만다. 똑같은 여행을 해도 어떤 사람은 그걸 가지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어떤 이는 추억으로만 남기고 만다. 그 차이는 하나. '그걸 활용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다시 말하지만,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경험에게 길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 경험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간 쌓아온 경험 중 후회되는 경험이 있다면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그 경험에게 어떤 기회를 주었는가?
그 경험을 활용할 기회를 만들어 본 적이 있는가?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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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8 18:00:56 *.169.227.25

저도 지식(knowledge)과 경험은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체화되고 (knowhow) 실행되어 질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일정 수준에 이른 선수들에게는 "써먹을 수 없는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 " 라고 말합니다.

그 실천을 위한 질문은 '알았냐?' 가 아니고 '할 수 있냐? ' 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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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2 20:08:55 *.181.106.109

알았냐가 아니라 할수 있냐? 좋은 질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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