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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11일 22시 35분 등록


와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어디인가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칠레, 호주예전과 달리 요즘은 다양한 나라의 와인을 마시지만 그래도 와인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프랑스일 겁니다.

오늘은 지난 주 보르도에 이어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 부르고뉴(Bourgogne) 지역과 이곳에서 생산되는 세계 최고의 와인, 로마테 콩티(Romanée-Conti)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악마의 유혹, 로마네 콩티

세상에서 가장 갖기를 열망하는 와인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를 꼽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와인경매사 조정용은 그의 책 <올 댓 와인2: 명작의 비밀>에서 로마네 콩티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 아니 돈이 있어도 몇 년간 웨이팅 리스트에 올라 기다려야 하는 최고급 와인, 로마테 콩티. 이 때문에 로마네 콩티는 문학이나 영화, 특히 미스터리물에서 최고의 사치품이자, 인간의 욕망과 허영을 상징하는 도구로 자주 등장합니다.


프랑스 작가 장 피에르 알로(Jean-Pierre Alaux)와 노엘 발렌(Noel Balen)이 쓴 추리소설, <로마네 콩티 살인사건(Flagrant délit à la Romanée-Conti)>은 제목에서부터 로마네 콩티가 등장합니다. 프랑스 인기 TV드라마 포도나무의 피(Le sang de la vigne)’ 시리즈의 원작이기도 한 이 책은 좋은 추리소설이라면 마땅히 갖춰야할 촘촘한 구조와 복선, 긴장감, 반전 등은 다소 부족합니다.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도 좀 떨어져서,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책을 읽고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도 재배, 와인 생산, 유통, 좋은 와인의 특징 등 와인과 관련된 어려울 수도 있는 정보들이 포도원의 배경과 사건, 인물 간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지만 살인사건은 그저 거들 뿐, 사실은 와인 이야기가 중심인 것이죠. 이 때문에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 책 뿐 아니라 TV 드라마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드라마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시즌이 방송될 정도였지요.

 

포도나무의 피.png

포도나무의 피(Le sang de la vigne) 시리즈의 한 장면

 

로마네 콩티야!”

최고 중의 최고죠.” 비르질이 흥분했다. “하지만 아직 신의 음료를 음미할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어요.” 목소리에서 실망감이 느껴졌다.

그런 은총을 받기에 자네는 아직 젊어. 로마네 콩티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압니다. 나이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충고 감사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야. 로마네 콩티는 놀라울 정도로 복합적인 와인이야. 나도 다섯 병 밖에 없어. 93년 한 병, 90년 두 병, 81년 한 병…… 그리고 1955!”

 

주인공인 와인 컨설턴트 벤자민 쿠커는 보르도 출신의 와인전문가 입니다. 그의 조수 비르질과의 대화를 통해 프랑스 최고 와인전문가의 조수조차 아직까지 로마네 콩티를 못 먹어봤음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귀하고 구하기 어려운 와인이라는 걸 암시합니다. 벤자민이 갖고 있는 로마네 콩티의 빈티지(vintage)*, 즉 포도의 생산연도를 밝혀 좋은 와인에는 포도가 생산된 해가 중요하다는 것과 빈티지가 좋았던 해도 슬쩍 흘리고 있습니다.

로마네 콩티가 생산되는 부르고뉴(Bourgogne)는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 입니다. 영어로는 버건디(Burgundy)라 부르는데, 그 자체가 레드 와인을 뜻하지요. 대서양 연안에 있어 따뜻한 해안성 기후인 보르도에 비해, 프랑스 내륙에 위치한 부르고뉴는 여름에는 아주 덥고 겨울이 매우 추운 대륙성 기후입니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일조량도 부족합니다. 수확을 앞두고 폭우나 우박이 내려 1년 농사를 망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날씨가 좋은 해인지 아닌 지에 따라 포도의 품질과 생산량이 달라지고 당연히 와인의 품질도 달라지겠지요. 부르고뉴 와인의 빈티지가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포도나무의 피를 부른 범죄

본에서 디종까지 잿빛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코트 드 뉘(Côte de Nuits) 언덕에 있는 진홍빛 포도밭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붕 위 풍향계가 미친 듯이 회전했다. 제비는 낮게 날고 농장에서는 개와 고양이들이 가만 있지 못하고 하늘에서 우르릉 쾅쾅 소리가 날 때마다 숨을 곳을 찾아 들어갔다.

포도를 따는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허리를 숙여 작업 속도를 높였다. 벼락이 치기 전에. 우바…… 안 된다.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것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 바구니를 채워야 한다!

포도밭마다 주인들이 나와 정신 없이 돌아다니며 바구니를 빨리 채우라고 목이 터지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언덕에서 미지근하고 음흉한 바람이 불어와 지독히도 건조했던 여름 때문에 바싹 말라 있는 포도나무 가지들을 쓰러트렸다.

사방에서 천둥이 맹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에는 벌써 비가 쏟아지고 있다.  


부르고뉴 포도밭.jpg

출처: https://www.wanderwine.com/whining-dyning-shut-that-wine-snob-up/

 

글로만 봐도 긴박감과 황망함이 느껴집니다. 저는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어 잘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몇 달 동안 쓴 글을 잘못해서 날려버렸을 때의 안타까움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아니 비슷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작가는 우박이 그친 뒤의 풍경을 마치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과 같이 묘사합니다.

 

예상대로 포도나무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땅에는 생채기 난 포도송이들이 아직 파란 나뭇잎 위에 들러붙어 깔려 있었다. 프랑시스는 처참한 살육 현장에 차마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진흙 투성이가 된 길가에 서서 우박이 저지른 범죄를 확인했다.

 

정말이지 이건 우박의 범죄라고 할 수 밖에 없겠네요. 그런데 부르고뉴는 날씨 외에 사실 토양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화강암, 편암, 석회암 등으로 구성된 척박한 토양이지요. 지난 주에 토양을  뜻하는 떼루아가 좋아야 좋은 포도가 생산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그런데 좋은 토양은 영양분이 풍부한 기름진 땅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환경이라고 생각되는 척박한 땅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만드는 포도가 자랍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포도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파고들면서, 땅속의 미네랄을 듬뿍 흡수하여 맛있는 포도를 만들어 냅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이겨낸 성공 스토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프랑스의 2대 와인생산지 중의 한 곳인 부르고뉴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로마네 콩티는 정말 가격만큼 맛있을까요? 가장 맛있는 와인은 어떤 와인일까요? 세계 최고의 와인 로마네 콩티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는 다음주로 미뤄야겠네요.

이번 주도 맛있는 한주 보내세요~^^



빈티지 (vintage)

포도의 생산연도를 뜻하는 말로 프랑스어로는 밀레짐(millesime)이라고 한다. 와인의 품질은 포도의 품질에 따라 결정된다. 포도가 생산된 해의 날씨와 자연환경, 즉 강수량, 일조량, 공기의 질 등에 따라 포도의 품질이 달라진다. 특히 수확할 시기에 비나 우박 등에 노출됐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가격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구매 시에 라벨에 표시된 빈티지를 확인해야 한다. 고급 와인일 수록 빈티지에 따른 가격의 차이가 큰데, 빈티지가 특히 좋았던 해의 와인은 수십배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와는 별개로 태어난 해나 특정 해를 기념하기 위해 해당 빈티지의 와인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올 댓 와인2: 명작의 비밀> 조정용, 해냄, 2009

<로마네 콩티 살인사건> 장 피에르 알로 & 노엘 발렌, 임명주 옮김, 한스미디어, 2017

<잘 먹고 잘사는 법 097, 와인> 김국, 김영사, 2007

<포도나무의 피(Le sang de la vigne)> 시리즈 마크 리비에르(Marc Rivière) 감독 외, 2015

세계의 유명 와인산지: https://terms.naver.com/list.nhn?cid=58884&categoryId=58900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공지꿈벗 소풍 – 서로에게 배운다

변화경영연구소 2019년 꿈벗 소풍을 다음과 같이 개최하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1) 일시: 5. 18(오후 2 ~ 5. 19( 12

2) 장소경주 토함산 관광농원 캠프파이브

3) 주최: 영남모임 함성

4) 기타 문의: 황림(010-5100-2996)

http://www.bhgoo.com/2011/855063

 

2. [팟캐스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쓰기의 종류그리고 책 출간에 대해서

62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2부입니다글쓰기에는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와 나만 보는 글쓰기 두 가지가 있는데 중 자신만 보는 글쓰기는 해방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아무 이야기라도 쓰다 보면 머리가 시원해지고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노트와 필기구글쓰기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어느 때든 글을 쓸 수 있고더불어 정리가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991605

 

3. [모집] 1인회사연구소-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토 프로그램

1인회사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진행하는 <책으로 바꾸는 내 인생//프로그램 6월 참가자를 모집합니다수희향 대표는 책을 읽어 6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11년차 1인 지식기업가로 전환을 이루었습니다책을 읽고 어떻게 인생이 바뀔 수 있는지지속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1인 지식기업가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읽쓰토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해보고진짜 인생을 바꾸는 책 읽기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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