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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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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일 09시 46분 등록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 생각과 잡념 사이

대개 역사가들은 흔히 중세 시대를 어둠의 시대라고 표현하고는 합니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고 왕권과 종교에 복종하며 계급의 사다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생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 신음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인간다움을 내세우며 살았던 고대 그리스 시대로 돌아가자는 르네상스 운동이 강하게 일어나고 비로소 인류 역사는 과학과 철학이 종교를 대신하며 보다 합리적인 근대 시대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 맨 앞에 서구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제는 어린아이들도 한번쯤 들어본 유명한 말을 선포하며 서양 세계를 근대화의 시대로 끌고 들어갑니다.

 

현대인들치고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아플 지경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역시 제가 늘 생각을 많이 하며 바삐 살아가는 아주 바람직한 현대인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카잔차키스를 만나 지금까지 저는 세상에 저를 맞추기 위한 생각에만 골몰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머리 속이 온통 복잡한 생각들로 미로처럼 꼬였는데 정작 제 생각은 하나 없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현실에 눈을 떴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온 그 수많은 생각들은 다 무엇인지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 미로를 빠져나올 저만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절실히 필요한 그 즈음 강 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재일교포로서 한국 이름을 사용하며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동경대학 정교수가 된 분이 고민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살면서 귀화하지 않고 이름도 한국 이름을 계속 사용한다고? 말이 쉽지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닌데.. 게다가 결국은 동경대 교수가 되었다이 분의 삶도 엄청 치열했겠군…’

 

그랬습니다. 그런 분이 고민하는 힘에 대해 책을 썼으니 분명 제가 미로를 빠져나올 생각지도를 알려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씀 드리면 이 얇은 책 안에는 생각지도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책이 얇아서 처음엔 하루 만에 후딱 읽어 치웠는데 뭔가 잡히는 게 없는 것도 같고 너무 많은 것이 들어온 것도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서 다시 한번 천천히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습니다. 이제껏 책을 읽으며 경험하지 못한 일로서 또 다른 미로에 빠진 듯 낭패감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음 문장을 만나며 갑자기 저는 머리에서 불이 번쩍!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에서 나쓰메 소세키는 매우 큰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것은 진지함이라는 것입니다. ‘진지함이란 어중간함과 반대되는 말입니다. …..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타자와 마주하는 것. 거기에 어떤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자아의 고민의 밑바닥을 진지하게계속 파고들어 가다 보면 그 끝이 있을 것이고 타자와 만날 수 있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렇구나. 난 이 책을 진지하게 읽지 않았구나. 성급한 마음에 책에서 답만 찾고 있었구나!’

 

그리하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차분히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하며 비로소 저자가 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데려와 고민하는 힘에 대해 풀고 있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에 의하면 근대는 이전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가 전통과 관습, 지연과 혈연 등에 묶여 우리라는 종교적 공동체로 살던 중세시대에서 과학과 이성에 의해 중세의 공동체적 관습이 하나씩 해체되며 라는 개인주의 시대로 전이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우리에서 나로 해체되어 가는 치열한 고민을 풀어놓은 것이 바로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근대 일본문학의 아버지인 소세키의 문학이고요. 그러므로 베버와 소세키에 의하면 (20세기 인물이었던 그들이 볼 때) 미래사회인 21세기에는 개인이 더 이상 우리라는 공동체가 제시하는 답안이 없는 시대를 살아갈 것이기에 더욱더 각자 스스로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100년 전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이처럼 정확히 예견하였으니 참으로 대단한 지성들이란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 사회의 경우 IMF전까지만 해도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산업혁명 시대로 사실 전 국가가 하나의 공동체로 정부 주도 아래 잘 짜여진 각본대로 국민들은 그에 따르기만 하면 되었던 공동체 사회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사회는 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로 들어섰으나 사회 구조는 여전히 (사회 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라는 공동체가 살아있던 근대 사회였던 셈이죠. 그러다 IMF를 맞아 급격히 국가경제체제가 신자유주의로 휩쓸려 들어가며 국민 개개인의 삶까지도 이젠 각자 스스로를 책임지며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본격적인 개인주의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셈입니다. 확실히 한국 사회는 경제가 맨 앞에서 시대를 이끌고 정치, 사회가 그의 뒤를 따르는 형상으로 현대화를 이룬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21세기에 도달한 현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은 이전보다 자유는 더 주어진 것 같은데 그만큼 각자 생존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것 같은 어딘가 무겁고 뻑뻑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는데 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베버와 소세키가 말하는 우리에서 나라는 시각으로 근대와 현대를 바라보니 지금의 현재 한국 사회가 훨씬 더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나쓰메 소세키가 품고 있던 생각은 문명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말하듯이 멋진 것이 아니며,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고독은 깊어지고 구원받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라는 강 상중 교수의 말이 뼈를 치고 들어오며 스산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 것 같았습니다.

 

이거 무서운데.. 결국 현대 사회라는 것이 세상 그 어디에도 기댈 곳 없으니 온전히 내 힘으로 살아가라는 거잖아. 그게 가능은 한가? 다른 길은 없나? 그럼 어찌 살아가야 하지? 등 또 다시 제 머리 속이 복잡해지며 다양한 감정들까지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이제와 책장을 덮을 수도 없었던 저는 이젠 끝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문장을 만나 그 앞에서 한참을 멈춰서 있었습니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확신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이 열립니다. … 따라서 고민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확신할 때까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중간하게 하지 않고 진지하게 끝까지 고민하는 것, 나는 거기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그것은 고민을 통해 두려움이 사라지는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진지하게 생각에 골몰한 끝에 뻔뻔해진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깊게 고민해서 꿰뚫어라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구나끈덕지게 나를 물고 늘어져 내 스스로 인생을 정립할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내 삶이 펼쳐지는 거구나그러니까 결국 아리아드네가 미로를 빠져 나오는 실타래를 줄 수는 있지만 그 실타래로 미로를 빠져 나오는 거는 테세우스 자신만이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이었구나…!’

 

그러면서 순간 왜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간 아리아드네와 헤어지게 되었는지가 이해되었습니다. 비록 사랑하는 연인으로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홀로서기를 돕는 조력자일 뿐입니다. 조력자는 스승과도 같아 초반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는 있지만 결국 홀로서기는 당사자가 해야 하는 일. 두 사람의 이별에도 이와 같은 의미가 깃들어 있었다니 새삼 그리스 신화의 깊이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이 내게 그 어떤 평가 기준을 들이대도 뻔뻔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세월, 사회가 이끄는데로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한 번도 세상 앞에서 당당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사회의 평가 기준에 맞춰 남이 뭐라 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나를 평가하며 항상 부족한 제 자신에게 더더더를 외치며 채직찔을 가했습니다.

 

여기서 멈추자. 그렇게 사는 건. 더 이상 세상은 날 구원해줄 수 없으니, 이젠 내 스스로 길을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감옥 밖 세상은 이미 만들어진 세상이 아니고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인 거야.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세상이야

 

그리고 그것이 바로 카잔차키스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의 세계임을 강 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을 읽으며 비로소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강 교수님의 책을 만나기 전 이미 문학 작품으로 만났던 소세키의 작품들 중 하나를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어찌해야 세상 앞에 뻔뻔해질 수 있는지 그 진지함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저는 이번 주 조금 설레는 일이 있습니다. 1인회사 연구소 7기 연구원 모집공지를 만들었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공개 모집 없이 인연 닿는 분들만 모셨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한걸음 더 세상과 만나보려 합니다. 사실 올해는 7기로 벌써 7년차를 끌고 오는 중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연구원 과정을 지속해야 하나 혼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고 내적 갈등도 심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연말 일본에서 6기 현역 졸업여행 및 기수통합 송년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몇 년 사이 너무도 깊고 단단히 성장해있는 연구원들을 보면서 우리 서로 참 잘 버텨주었다는 생각에 진한 감동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앞으론 흔들림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냐고요? 아니요.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연구원들과 맞잡은 손은 놓치지 않고 서로 기대어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은 굳건할 것 같습니다. 1인회사 연구원 7.. 이런 저런 감회가 떠올라 여러분께도 처음으로 저희 연구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번 주는 설 연휴가 시작되며 진짜 새해네요. 아무쪼록 새해에는 진짜 나를 만나시며 매일이 하루같이 알찬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그럼 구정 연휴 가족 분들과 다 함께 건강히 화목한 시간 보내세요~! ^^

 

수희향 올림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강사의뢰

변화경영연구소에 새롭게 <강사 의뢰> 코너를 열었습니다. 구본형 선생님의 제자들이 모여 놀고 공부하며 삶과 생각을 나누던 곳으로 자기경영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꾸준히 60여권의 책이 출간되었고,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주제로 강의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강사 18명의 준비된 강의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필요하신 강의가 있으시면 <강사의뢰>를 통해 문의와 요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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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기업에코라이후배움&놀이터 차칸양 대표의 신간 『평범한 사람도 돈 걱정 없이 잘살고 싶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장기불황, 불확실성의 시대에 돈 걱정 없는 인생을 설계하는 경제, 경영, 인문의 황금비율을 스스로 발견하고 맞추어 나갈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책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직장인을 위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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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상중 교수님 말에 의하면

연대님도 "진지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페북. 일러 분위기 넘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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