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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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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9일 09시 59분 등록

짙은 라오, 깊은 외로움

 

울리지 않는 전화벨,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절대 고독. 채워지지 않고 드러내지도 못하는 이 외로움을 어쩌자고 나는 선택했을까. 태어난 나라를 떠나 전혀 다른 문화 속에 산다는 것, 타지에 있다는 역외감은 말이 통하지 않고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없다는 소외감을 몇 차례 겪고 입을 다물게 되면서 알게 됐다. 무시로 떠오르는 생떼 같은 아이들, 아내와 조곤조곤 나누던 따뜻한 대화의 기억도 혼자라는 현타(혹시나 하여 국어사전을 뒤져보니 다행히 이 신조어가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가 이렇게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현타: ‘현실 자각 타임을 줄여 이르는 말로,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가 오면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여긴 어디 난 누구, 혼자 중얼거리다 당황하는 것이다. 사지 멀쩡한 놈이 어찌하여 가족과 떨어져 듣도 보도 못한 타국에 오게 됐는가. 책망은 끊이지 않고 지난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자책에 어느덧 새벽이 온다. 저놈에 닭은 우는 것인가, 놀리는 것인가, 고함치는 것인가. 어렵사리 다시 청한 잠은 어김 없이 수포로 돌아간다. 언젠가 저 닭 멱을 따리라.

 

딸아이 유치원 재롱잔칫날, 아내가 보내준 동영상을 보다 노트북을 부여잡고 울었다. 그 청승을 스스로도 보아 주지 못해 밖으로 나간다. 싸디 싼 비아라오(Beer LAO)를 들이키며 하염없이 걷는다. 걸을 수 있는 가장 느린 걸음으로 한산한 라오스 거리를 거닐다 보면, 개들이 달려든다. 외로움도 물어가라 이것들아. 처음엔 외로움이 보였다가, 이내 외롭지 않다가 다시 혼자인 걸 알아 차리고 외롭다가 또 혼자라서 외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마지막 문장을 로마시대 평민계급 출신의 관료 Cato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 Marcus Porcius Cato, 기원전 234~149)가 한 말로 맺는다. ‘사람은 그가 아무것도 행하지 않을 때보다 활동적인 적이 없으며 그가 혼자 있을 때보다 더 외롭지 않은 적은 없다.’ 2,200년 전 그대도 나와 같았나, 그러나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놈에 날씨는 왜이리 좋은가. 사람들은 또 왜이리 즐거운가. 그런데 말이다, 나는 환장하게 외롭다. 딸아이 재롱잔치를 볼 수 없는 무참함을 철학이 달랠 수 있느냐 말이다. 철학이고 지랄이고 달려드는 개에게나 줘버린다.

 

물이 고여 빠지지 못하는 웅덩이만큼 오래된 사내들의 깊은 외로움.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빠져 있었다. 처자식을 놔두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그들이 묵묵히 감당해내는 외로움은 필사적인 임시였다. 그들이 사는 곳도 임시고 사는 시간도 임시며 만나는 사람도 임시요 삶 전체가 임시라는 트랩에 빠져 버린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도 외로움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사무치는 외로움은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누구나 돈을 좋아하지만 돈돈 거리지 않듯 그것은 누구에게나 슬픈 것이어서 말로, 목소리로 나오는 순간 징징거림으로 바뀌게 된다. 속 깊은 마음이 싸구려 감정이 되고 마는 게 두려운 것이다. 임시들은 임시를 가장 두려워하는 법이다.

 

저녁 노을을 보면 나아질까, 강가로 나갔다. 모든 강의 어머니라는 메콩. 둥근 바구니에 어깨가 끊어질 만큼 많은 음료수를 짊어지고 지나는 사람마다 눈 마주쳐 가며 파는 아주머니의 둥근 일자 허리에 삶의 경건함이 배어난다. 동태눈을 하고 초점은 잃었지만 귤을 까고 깐 귤을 그대로 하나씩 버리는 넝마주의 아저씨는 주린 배에 패배하지 않으려는 듯 배고픔을 저주한다. 도도히 흐르는 Mekong, 낯선 이국 땅에 왜 내가 이곳에 있는지 알려 하지 말고 눈물도 흘리지 말 것이며 그리워하거나 외로워 하지도 말 것을 주문한다. 격정적인 산책으로 부러 땀을 내고 사념을 지운다. 외로움도 이처럼 잦아 들 수 있다면. 라오스 3, 거지가 없고 경적 소리가 없고 바다가 없다지만 왜 고독은 천지사방에 널렸는가. 우연히 들린 노천 국숫집엔 죄다 혼자 앉아 국수를 먹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사람보다 혼자인 사람들이 많다. 이로써 외로움이 유치하게 이긴다.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평범한 사람도) 돈 걱정 없이 잘 살고 싶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차칸양 지음) 

   - 이제 막 취직해 인생 전쟁을 시작해야 할 사회 초년생, 쥐꼬리 월급에 힘들어 하는 2030 직장인,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심각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3040 직장인, 기업의 가장 상위단계 3%(임원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직장인, 정년퇴직 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는 직장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직장인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해당 안 되시는 분 없겠지요?

http://www.bhgoo.com/2011/notice/851261



2. [출간소식] 구본형, 내 삶의 터닝포인트(공저)

삶을 시처럼 살고 싶어하셨던 우리시대 대표적인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 선생님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 후 이야기를 12명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삶의 길을 찾는 이들을 위한 등대였고, 부지깽이이자 힐링 멘토였던 구선생님에 대한 간절한 사부곡이며, 자기변화에 대한 고백입니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구본형과 함께 새로운 삶을 찾고 싶은 분들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0858

 

3. [팟캐스트] 『꿈꾸는 가방의 비밀』 박중환 작가 2

변경연 팟캐스트 46번째 에피소드는 시즌1 마지막 방송으로 지난 주에 이어 박중환 작가의 일, , 행복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제약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최고의 실적을 올리던 나날을 뒤로하고, 사표를 냅니다. 컨설턴트 회사에 이력서를 무턱대고 내보고, 보험회사에 입사합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혼자서 고군부투하는 모습은 오늘날 모든 가장의 모습일 겁니다. 영업은 아무리 팀이 잘짜여져 있더라도, 결국은 혼자 고민하고 실행해야하는 외로운 싸움입니다. 로이스님도 함께 자리해주셨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805309

 

4. [모집] ‘진짜공부’ 북토크

2019 1 15() 수희향 대표의 신간 『진짜공부』 북토크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책에서 다 밝히지 못한 6권에 이르는 책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고 하니 책쓰기 비법이 궁금하신 분들과 2019년 새해 진짜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또한 어떻게 인생전환을 했는지, 1인지식기업가로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10년간의 책읽기의 힘과 그 생생한 진짜공부법을 <진짜공부 북토크>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0680

 

5. [모집] 꿈토핑 더비움 디톡스 프로그램

꿈벗 13기 정양수님의 디톡스프로그램 소개합니다. 정양수님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더원케이의원장, 더비움 주치의입니다. 단식하러 지리산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 몸안의 독소를 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의지를 가지신 분은 꼭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50998

 

6. [페이스북] 변화경영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

새롭게 단장한 변화경영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를 알립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김인건 (필명 김사장, 6기 연구원) 연구소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변화경영연구소 마음편지 알리기, 연구소 새로운 소식 알리는 것 외에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1) 책 읽기 습관 

   - 팟캐스트에서 매일 이어지고 있는 책낭독 방송을 링크로 연결합니다 

2) 카드뉴스 

  - 변경연 책 외에도 자기개발과 동기부여 내용을 카드 뉴스로 소개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변화경영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팔로우하기, 좋아요 눌러주기, 댓글달기 등등 부탁드립니다. 정말 큰 힘이 됩니다~ ^^

https://www.facebook.com/bhgootransformationinstitute/

IP *.161.5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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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0 06:31:31 *.72.1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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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0 19:59:53 *.161.53.174

아이고, 연대님께서 친히 facebook에 올려주시다니...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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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0 23:12:11 *.72.185.86

별말씀을....

근데, 저 사진, 메콩강 맞나요? 검색해서 넣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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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7:08:16 *.134.227.161

말도 통하지 않는 곳, 메콩강에서의 짙은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문득 몇 년전에 갔던 메콩강의 황금빛 물결이 생각이 납니다. 

바로, 짙은 외로움의 바람이 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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