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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31일 16시 02분 등록

7월의 어느 날, 창비 출판사 사옥 5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 손원평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한 달 전부터 온라인에서 신청자를 모집했고 단 15명만 선정되었는데, 그 중 한명이 바로 저였던 겁니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성문기본’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동경했고 흠모했던 영어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 선생님의 책상에는 늘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놓여 있었고, “문학소녀라면, 계간지 하나쯤은 정기 구독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곤 했습니다. 단신에 볼록 나온 배와 반쯤 벗겨진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었지만, 수업 시간에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읊어주실 때면, 제 눈에는 톰 크루즈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만큼이나 멋져 보였습니다.


고등학생 문학소녀는 대학생이 되었고 문학을 전공하지는 못했지만, 대학교 도서관의 정기간행물실에서 계간지 ‘창작과 비평’을 탐독하곤 했습니다. 온통 어려운 문장투성이었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문예 계간지를 정기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고 싶었던 겁니다. 여고시절의 추억담으로, 작가와의 만남도 만남이지만 저에게 창비 출판사는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성지 중 한 곳이었습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일찌감치 도착해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에 앉아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펼쳤습니다. <아몬드>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자 손원평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선천적으로 감정표현 불능증, 일명 알렉시티미아를 앓는 소년 ‘선윤재’가 주변인의 외부 자극에 의해 서서히 감정을 알아가는 성장 소설입니다. 청소년 소설인데 끔찍한 살인 사건이 두 번이나 등장해서 꺼림칙했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서서히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1인칭 시점에서 감정적으로 건조하게 시작해 점차 촉촉해지는 문체가 시선을 잡아 끌었습니다.


90분 가량 작가와의 만남에서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첫 당선작인데 문체가 정말 좋아요. 타고나신 건가요?” 어느 평론가가 질문하자, “아니에요. 당선까지 거절을 수도 없이 겪었어요. 다 세어보면 1000번은 될 겁니다.” 손원평 작가가 대답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고, 아주 오랜 기간 꾸준히 습작을 해왔다는 작가. 순간, 손원평 작가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는 없을 겁니다. 문학을 동경하고 흠모한다면, 멀리서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좋은 문장, 좋은 작품이 될 때까지 쓰고 또 써야 할 것입니다. 요즘 저는 늘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립니다. 그러기에 계속 써야겠지요. 1000번은 거절당할 각오로 말입니다.


손원평작가와.jpg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공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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