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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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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9일 08시 40분 등록

여러분들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여행은 비현실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비현실이 되는 묘한 교차점의 경험입니다. 특히나 해외 여행은 더욱 그러한 것이, 얼마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내리면 문득 지금까지는 낯선 이방의 비현실들이 불쑥 제 현실이 됩니다. 그런가하면 그 때가지 제 현실이었던 이 곳의 일상은 어느새 아스라이 비현실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제게 여행은 낯선 곳에서 하게 되는 경험들보다 익숙한 곳을 떠나서 제 일상을 본다는 것이 때론 더 큰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만 생각했을까…? 왜 그렇게 살았을까..? 정녕 그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을까..?’ 등등 달리는 열차 위에선 마음조차 함께 달리느라 해보지 못했던 생각의 실마리가, 비로소 그 쳇바퀴에서 빠져 나와 비행기를 타면 풀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잘 살고 있는 건지..

 

그리고 그런 여행의 시작은 아마 그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승님과 동기들과 함께하는 여름 여행. 그 때까지 전 해외여행이라 하면 출장 아니면 가족 여행 둘 중 하나였습니다. 출장은 가기 전날까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일어날 일들에 대비하는 한편 본사 가서 보고해야 할 리포트를 준비하느라 밤새 일하고 가까스로 비행기 출발 전에 몸을 실어놓으면 도착까지 시체놀이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가하면 가족 여행은 좋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보다는 우리를 챙겨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약간의 부담감으로 늘 긴장하게 되고요.

 

그런데 그 날은 달랐습니다. 비록 출발 전 50페이지에 달하는 me 스토리를 제출해야만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는 엄격한? 룰이 있었지만, 전 그마저도 약간의 긴장과 스릴을 느끼며 좋았습니다. 연구원 지원할 때 쓴 20페이지를 그 동안 공부하며 관찰하고 느낀 내 자신에 대해 새로이 분석하며 50페이지로 늘리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한편 50쪽이 채워지는 걸 보며 그 동안 정말이지 제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살아왔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그토록 긴장해서 살펴보고 있으면서 왜 저 자신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관심했을까요.. 그저 감각적으로 즐거운 몇 가지 욕구 충족을 해주며 그게 제 자신을 위한 전부이자 최고라 믿고 살았으니까요. 살면서 처음으로 진짜 여행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니 스스로 잉태한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세상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한 지난 일들이 하염없이 떠올랐습니다. 거기다 연구원 과정을 통해 새로이 알아가고 있는 진짜 나와 수많은 인문학적 길잡이들까지 겹치면서 제 마음은 연구원 시작이래 가장 복잡하게 헝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듯 미쳐 헝클어짐을 풀 실마리를 찾기 전에 저희는 크로아티아라는 낯선 공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그 아름다운 나라를 이 곳 저 곳 저희끼리 여행하고 밤에는 숙소에 돌아와 사랑이란 주제에 대해 스승님과 동기들과 함께 또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사랑이란 주제는 묘하게도 나와 타자 구분없이 아프면 아플수록 더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낮에는 아직 관광지로 물들지 않은 크로아티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웃음에 취하고, 밤에는 이제 더는 손에 잡히지 않는 아픈 인연들을 풀어놓으며 모두 슬픔에 젖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이야기가 끝난 다음 날이었습니다. 그 날 따라 바닷가 석양은 더욱 선명히 타오르는 해변가 호텔에 묵게 되었습니다. 스승님과 동기들과 함께 해변가에서 워크숍을 하려 노을진 바닷가를 향해 다 같이 이동 중이었는데 호텔 노천 카페에서 슬픈 음조의 느린 댄스 곡이 연주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추......

 

내가 왜 이러지. 미쳤나..’

근데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윽고 절 바라보는 스승님과 동기들. 처음에는 잠시 놀라더니 이내 박수를 치고 기뻐합니다.

 

전 결별 앞에서 그다지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제가 사랑으로 상처받지 않았다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이 얼마나 애처로운 오만이었는지요..

 

춤이란 것이 원래 고대 신화의 시대 주술사들이 영적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의례의 행위였다는 것을 캠벨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훗날 유럽에서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서는 정통 무브먼트 세션을 통해 더 깊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때가지 춤과는 거리가 멀게 살았던 저로서는 그냥 멍했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제 안에 묻어두고 외면하던 무언가를 다시 한번 풀어내 떠나 보냈습니다. 스승님과 동기들의 힘을 얻어서요..

 

그래서였을까요. 한국에 돌아와 다시 맞이한 현실은 이전보다 가벼웠습니다.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연구원 과정을 통해 인풋을 해야 하기도 하지만, 한편 지난 시간들 속에서 많은 것들을 비우기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직접 체험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만큼 돌아와 다시 시작된 연구원 과정은 이전보다 힘을 빼고 다소 편히 공부하였습니다. 이젠 필사도 리뷰도 어느 정도 몸에 베어서 그렇지, 이게 공부하는 맛이지. 이런 거였어라고 또다시 방자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기까지 합니다. 저란 사람, 얼마나 얕은지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 철학자를 만나 높이 들어올려져 퍽! 하고 떨어지게 됩니다. 마치 그간의 공부가 이 철학자를 만나기 위한 공부였던 것 같은데 전 완패하였습니다. 공부는 한 순간도 방심해선 안 된다는 처절한 깨달음을 얻은 체로 말입니다^^:::

 

그럼 저는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섹시한 그 분의 이야기와 함께 8월 넷째 주 수욜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아무리 덥다고 하지만 어느새 입추가 지났습니다. 그렇듯 계절은 어김없이 때가 되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가을이 되면 어느 자리에 계시고 싶으신가요.. 그럼 뜨거운 태양 아래 깊어지는 자연처럼, 저희 또한 태양처럼 뜨겁게 남은 8월 아자 홧팅입니다!

 

수희향 올림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2017년 변경연 세번째 출간기념회 공지 (923, )

923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는 변화경영연구소 세번째 출간기념회 소식입니다. <엄마의 글쓰기> 김정은 작가, <습관홈트> 이범용 작가, <청소년을 위한 진로인문학>,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수업> 박승오 작가, 3인의 저자에게 직접 들어보는 집필 과정의 에피소드와 강연이 준비되어 있고, 오랜만에 반가운 이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 나누는 자리이니 만큼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27567

 

  1. [알림] 나비프로젝트 3기 모집

나비앤파트너스 대표이자 변화경영연구소 7기 유재경 연구원이 나에게 꼭맞는 커리어 로드맵을 그리는 <나비프로젝트

3> 모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이해를 통해 전문성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경력계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직, 퇴직, 구직 등 언제든지 맞닥뜨릴 수 있는 커리어 전환

의 시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스럽고,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느끼는 무력감이나 외로움에 힘들다면, 그런 반면

함께성장의 기쁨을 맛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27628

 

  1. 아티스트웨이 <베트남 다낭 힐링투어>(8.24-30) 안내

아티스트웨이 대표이자 변화경영연구소 4기 이한숙 연구원이 커플 코칭으로 유명한 황현호 코치님과 함께 824일부

67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베트남 다낭 힐링투어>를 기획하였습니다. 전용해변이 있는 리조트에서의 휴식과 유네

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유적도시 호이안과 후에, 틱낫한 스님이 출가했던 절 방문, 아침여행 일기 참여, 자신만의 취향대

로 즐기는 온전한 하루동안의 자유시간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직 휴가를 아껴두셨다면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27418

 

 

 

 

 

IP *.225.2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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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20:39:09 *.124.22.184

역시 기다리고 있었던 보람이 있네요. ㅎㅎㅎ

그런 갑작스런 충동도 놀랍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을 상황이 더 놀라워요.

혹, 그날의 영상은 없나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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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11:30:40 *.225.23.207

ㅎㅎ 그리 말씀해주니 다행임다^^ ㅋㅋ

그러니까요. 사부님도 그러시고 저희 연구원들도 그렇고

그게 변경연의 색깔 아닐까요.. 후배님도 올 한해 많이 물들기를 응원합니다^^


ㅎㅎ 다행히? 혹은 안타깝게도?  영상은 없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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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7 06:50:56 *.158.25.187

춤추고 있는 수희향님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진짜 기분 좋으셨을것같아요. 한번도 마주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셨으니까요.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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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10:51:40 *.225.23.207

당황스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참 다양한 느낌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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