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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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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1일 13시 47분 등록

미얀마의 광활한 황무지를 오토바이로 질주하던 한 작가가 깡마른 젊은 승려를 발견하고 뒤에 태웠습니다. 승려의 목적지는 150킬로미터나 떨어진 작은 절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내달려 어둑해질 무렵에야 그 절에 도착하게 되었지요. 절의 주지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려는데 아까 그 젊은 스님이 오토바이 옆에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승려는 처음 만났던 곳으로 다시 데려다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는 당황해서 주지스님에게 이 곳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왜 다시 돌아가자고 하는지 물었고, 주지스님은 대답 대신 알 듯 말 듯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책은 이렇게 황당한 수수께끼로 시작됩니다. 저자인 랜디 코미사는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기업가입니다. 재미있게도 그의 명함에는 버추얼(Virtual) CEO’라는 직함이 찍혀 있습니다. 그는 벤처기업을 부화시키는 일을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상의 CEO’로서 벤처 기업에게 경험과 리더십을 빌려주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돕는 그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돈이 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라고 직언합니다.

 

저자는 삶의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눕니다. 첫 번째는 훗날을 기약하는 인생 설계입니다. 이것은 인생을 두 단계로 나누어서 사는 것입니다. 첫 단계에서는 우선 해야 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준비가 되면 두 번째 단계인 하고 싶은 일을 하는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삶의 방식을 좇지요. 사람들은 대부분 후다닥 돈을 버는 것이 1단계를 통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방식의 문제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별개로 구분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구조에 따르면, 잠시 유보시켜놓은 하고 싶은 인생은 먼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처리하지 않는 한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나중에 먹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인생을 왜 꼭 참고 살아야만 하는 걸까요? 인생을 두 단계로 나누어 피곤하게 살기 보다 정말 보람있는 일을 찾아서 평생 그 일을 하면서 살면 안 되는 걸까요? 사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훗날을 기약하기 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일을 매일 함으로써 성공에 이릅니다. 열정에 몸을 맡기고 한 가지 일에 몇 십 년간 몰두하다 보니 어느 날 성공해 있더라는 겁니다. 저자는 이런 인생 설계야 말로 행복한 삶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를 총체적 인생 설계라 부릅니다.

 

여행의 목적은 도착이 아닙니다. 여행은 여정 자체로 기쁨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걸로 끝일 뿐입니다.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려 깨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답은 간단합니다. 떨어뜨리는 거리를 1.5미터로 늘리면 됩니다. 그 젊은 승려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승려는 그저 랜디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그 여정이 좋아서 되돌아가기를 요청했을 뿐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삶의 목적지는 죽음이 아닙니다. 삶은 결국 하루의 집합일 뿐입니다. 인생을 잘 살려 하기 보다 하루를 기쁘게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소개한 책: <승려와 수수께끼>, 랜디 코미사, 이콘

 

공지) 여의도 성천문화재단의 <퇴근길 인문학 교실> 가을학기가 개강합니다. 저렴한 비용에 실력있는 작가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바쁜 업무 가운데서도 건강한 삶의 중심을 잡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82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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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3 18:41:49 *.39.102.67

멋진 이야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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