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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7일 09시 03분 등록


백조처럼 되어라.

물 위에서는 너무도 우아하고 조용하지만, 물 아래에서는 미친 듯이 발을 젓고 있다.

- 마이클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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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 참가한 후에도 같은 안무를 계속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너무 튀거나, 너무 못해서 조화가 안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어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연말에는 공연도 함께 했습니다. 여전히 조금씩 틀렸지만 한 달 전에 비해 틀린 후 살짝 웃을 수도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물론 강사가 되기 위한 수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었지요. 예전 같으면 공연을 마친 후 잠시 쉬어 갔을 텐데요. 우리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강사 자격 시험이 이제 두 달 정도 밖에 안 남았기 때문입니다. 강사 자격 시험은 이론과 실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기는 또 워밍업, 기본동작 콤비네이션, 강사 안무 2, 개인 안무로 이루어져 있지요. 개인 안무를 제외한 모든 항목은 같이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춤은 따로 준비해야 했지요. 개인 춤은 각자의 장점과 개성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선생님과 여러 번의 논의와 자신의 취향을 고려해 가장 자신 있는 동작을 넣어 안무를 짜야했습니다.

저는 이미 하고 싶은 춤이 있었습니다. 사실 하고 싶은 안무가 아니라 쓰고 싶은 도구였지요. 지난번 대회에 참가했을 때 임산부와 노년의 여성 외에도 인상 깊은 공연이 있었는데요. 물결 치듯 아름다운 곡선과 면을 만들어 내는 도구를 사용한 춤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곡선의 움직임에 홀려 정작 안무는 어떤 안무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게 문제였지만요. 베일 같기도 하고 부채 같기도 한 이상한 도구였습니다. 선생님께 물어보니 도구의 이름은 팬베일, 말 그대로 부채(fan)와 베일(veil)을 더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걸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대회 때 봤던 것처럼 펜베일로 관객의 눈을 홀리면 안무는 잘 못해도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

음악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스티브 바라캇(Steve Barakatt)의 플라잉(Flying)을 골랐습니다. 플라잉의 가볍고 경쾌한 리듬에 맞춰 펜베일을 우아하게 휘날리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평소 저의 이미지와도 어울리는 아름다운 춤이 될 것 같아 정말 기뻤지요. 선생님은 제 의견에 동의하는 듯 했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어쨌든 안무를 준비해왔고,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팬베일을 잘 사용하면 동작이 좀 부족해도 될 거라는 저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팬베일의 화려한 움직임 때문에 안무가 단순해지는 것은 맞았지만 팬베일을 잘 사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운 물결 모양은 그냥 팬베일을 흔들어댄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네요. 잔 물결은 팔을 흔들지 않고 손목의 스냅을 빠르게 이용해야 했습니다. 휘날림을 만들려면 손목과 팔을 동시에 사용해야 했고요. 안무는 단순했지만 베일에 어울리는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턴과 스텝이 많았습니다. 팬베일을 흔들면서 턴을 돌고 이동하려니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도구 없이 어려운 안무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강사 과정을 하며 어려운 동작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니까요. 선생님의 개운하지 않았던 표정이 이해가 됐습니다. 손목을 사용해서 팬베일을 잡는 것에만 1주일을 넘게 보냈지만, 여전히 팔이 움직였고 물결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팔은 또 어찌나 아프던지시험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안무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반대했습니다. 팬베일과 음악이 저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지요. 이미 춤에 맞는 의상까지 준비해 놓았다네요. 팬베일은 잡는 데만 원래 한 달 이상 걸린다며 그 정도면 잘하는 거라며 격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다시 안무를 짜고 싶지 않아서 그럴 거라 의심이 들긴 했지만 격려를 받으니 다시 힘이 나는 듯 했습니다. 팬베일을 집에 가져 가서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여유 있게 움직이는데 팔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손목을 사용하게 된 것이지요. 손목으로 움직이자 물결 모양도 만들어졌습니다. 여전히 우아한 물결과는 거리가 먼 경망스럽고 불규칙한 물결이지만 만들어진 게 어딘가요.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이제 아름다운 물결이 만들어 질 날도 멀지 않아 보였습니다.


봄이라도 온 듯 따뜻해졌다가 다시 눈이 펑펑 오기도 하고올 겨울은 중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2월이니 곧 따뜻해지겠지요. 다음주는 설 연휴로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는 한 주 쉬겠습니다.

이번 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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