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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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21년 2월 14일 23시 5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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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 이곳 저곳 입사원서를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송부했다. 그리고 내 꿈을 위해 MBA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동생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외출을 했다. 남동생하고는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었지만, 종종 전화로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였다. 만나는 목적은 남동생을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늦은 나이에 그것도 백수인 큰 아들이 MBA를 준비한다는 말이 부모님 귀에라도 들어가는 날이면 부모님 걱정이 태산을 이룰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허름한 골목길에 자리 잡은 횟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나와 남동생은 너무 빨리 술을 마셔댔다. 너무 오랜만에 본 동생이 반가워서 그랬는지 나의 비참한 요즘 백수 생활에 대한 한탄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이 나의 이성을 지배할 정도로 금세 취해 버렸다. 그래서 아주 작은 시비에 옆자리 아저씨들과 싸움이 붙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경찰서까지 연행되었다. 내 안에 억눌러져 있던 분노와 억울함이 낯선 사람들과 싸움을 통해 분출되었고 그 결과 경찰서까지 붙잡혀 가게 된 것이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대하여 그녀를 만난 모임의 카페에 올렸다. 글을 올린 목적은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내 글을 보고 그녀가 문자를 보냈다.


다 큰 어른이 술 마시고 싸우다니 잘하는 짓이다. 어디 다친 곳은 없어?”


그녀의 문자는 내 마음의 붕대였다. 아프고 상처받은 내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버렸다. 조만간 그녀의 생일이라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망설여졌다. 그녀가 나를 어떤 사적인 감정이 아닌 모임의 오빠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선뜻 생일날 저녁이나 먹자고 제안한다는 것은 어설픈 욕심이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새털처럼 가벼운 문자를 보냈다.


지난번 경찰서 사건 때 걱정해 준 답례로 생일날 저녁 사주고 싶은데 시간 돼? 선약 있으면 어쩔 수 없고~”


내 속을 한참 태운 뒤 그녀의 답장이 왔다.


선약 있어~”


~. 난 길게 문자 보냈는데 답장은 꼴랑 4글자라니. 기분이 상할 대로 상했다. 기대를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심장은 숨어서 김칫국을 드링킹 하고 있었나 보다. 그녀의 생일날은 그렇게 나와는 상관없이 지나가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9시가 되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선약이 끝났는데 잠깐 볼 수 있는지 묻는다. 부리나케 머리를 손질하고 옷을 고른다. 노란색 와이셔츠가 눈에 띈다. 내가 소유한 최고로 비싼 명품 옷이었다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30분이나 일찍 왔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주위를 서성거렸다. 손에 땀이 났다. 그녀는 아이보리색 버버리를 입고 홍콩 영화 주인공처럼 바람을 가르며 나타났다.


저녁을 먹어 배부른 그녀는 한강을 거닐자고 제안했다. 서먹했던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서로 묻고 대답했다. 다음 대화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 내 머리는 쥐가 나고 있었다. 그 고충을 아는지 그녀가 캔 맥주가 마시고 싶다고 했다. 시원한 맥주 제안에 난 칼 루이스(100미터 육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맥주 4캔을 사 들고 나왔다.


2008 4 30일의 늦은 밤 한강 공원은 그녀와 내가 처음 단둘이 만난 날이었다


우리는 흐르는 강물이 잘 보이는 계단에 걸터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마셨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내가 술 마시고 경찰서 간 얘기,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였을 거라 짐작만 할 뿐이다. 바람은 시원했고 맥주는 우리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웃음은 우리 곁에 오랫동안 머물러주었다


잠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어둠 속에서 흐르는 강물의 소리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 그녀의 머리가 내 왼쪽 어깨에 살며시 포개어졌다. 시간은 멈추었고 내 심장도 따라 멈추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난 연애 사냥꾼처럼 어색하지 않게 그녀를 왼손으로 감싸 주었다. 게임은 끝난 듯했다. 그러나 서두르지 말자고 날 달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우리는 그녀 집을 향해 걸어갔고 난 자연스럽게 그녀 손을 잡았다. 입술은 내일을 위해 아껴두었다.


그 이후 뜨겁게 사랑한 우리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6개월 만에 결혼했다. 주례는 구본형 선생님께서 해 주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선생님이 무척 그립다.


아내를 만나기 전 나의 모습은 한마디로 목적이 좌절되어 낙담한 상태에서 어두운 골목길을 방황하던 사회적 부적응자였다. 하지만 아내를 만나고 나는 더 자주 웃고 더 자신감이 생겼고 주눅들지 않고 세상과 당당히 마주하며 살 용기를 얻었다.


아내는 마치 마법사 같았다. 내 인생이 내준 숙제를 만날 때마다 적재적소에 해답 보따리를 펑 하고 만들어 내게 건네 주었기 때문이었다. 습관이란 컨텐츠를 찾아 낸 것도 아내가 나를 자기계발 모임에 등록했기 때문이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내가 정서적 안정감을 찾은 것도 아내가 아들러 심리학 과정을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내 인생의 로또다




[100% 환급] 인생역전, 작은 습관 100일 프로젝트


제가 좋은 기회로 Class Tok 에서 100일 습관 프로젝트 강의를 오픈 했습니다. 게으르고 나태한 어제의 나와 과감히 그러나 확실히 이별하고 새로운 나로 변화하고자 하신 분들에게 추천 드립니다.

 

https://www.classtok.net/class/classDetail/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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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5 11:22:55 *.14.90.169

달달한(표현이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꿈벗'입니다. 구본형선생님께서 주례를 서주셨다니 정말 성은을 입으셨습니다. ^ ^  구본형선생님과 북한강 기슭의 아담한 2층집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함께 한 지도 벌써 십여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어린이, 애견, 숲, 강이 어우러진 자폐아 가족을 위한 치유 공간을 꿈꾸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나는 그대의 애견을 쓰다듬으며 와인을 마시겠노라." 약속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시 못 오실 길을 떠나셨고, 저의 꿈도 아직 진행형입니다. 그러나 선생님도 제 꿈도 아직 제 마음속에 여전히 곱게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곧 봄이 오겠지요? 해마다 봄이 오면 선생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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