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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1일 08시 21분 등록


삶이 너를 힘들게 할지라도 그저 춤을 춰라

- Shonna Leiker




강사 시험을 2개월 정도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직 날짜가 확정된 건 아니었지만 두 달 뒤 정도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 원장님은 심각한 얼굴로 시험이 조금 앞 당겨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시험은 우리 세명 뿐만 아니라 협회의 다른 지부의 지원자들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이들과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시험 날짜가 원래 예상보다 한 달 정도 빨라질 거라고 했습니다. 대신에 시험 과목을 조정할 거라네요. 가장 부담스러웠던 안무 짜기를 빼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다른 과목은 오랫동안 연습했기에 거의 준비가 되었고, 팬베일을 쓰는 개인 안무만 좀 더 익숙해지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남은 2개월은 안무 짜기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안무짜기를 뺀다니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엄살을 떨며 걱정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잘 됐다생각하고 개인 안무를 좀 더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출판문화진흥원의 우수콘텐츠 제작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글을 쓰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원고의 대부분을 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미리 써 둔 글이 하나도 없던지라 일주일에 2~3 편의 글을 써야 했지요. 마침 일에서도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하루하루를 정신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 코 뜰 새 없이 숨가쁜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토요일에 학원에 모여서 마지막으로 준비를 하고, 일요일 오후에 시험을 보기로 했습니다. 금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전화기를 보니 원장님으로부터 몇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급한 일인 것 같아 바로 연락을 했는데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정말 죄송한데 내일 시험을 봐야할 것 같아요. 어떡하죠? 내일 오전에 시간 되세요?”

세 명의 심사위원들 중 두 명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워크샵이 일요일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워크샵 날짜를 토요일로 착각해서 시험을 일요일로 정했던 거라네요.


시간이야 물론 됐습니다. 오전부터 모여서 같이 마무리 연습을 하기로 했으니까요. 그 시간에 연습 대신 시험을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하루 전날 갑자기 연락해서 다음날로 시험을 옮기겠다니요.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마지막 정리 없이 시험을 볼 수도 없는 일이라 안 되겠다고 했습니다. 미안하다며 심사위원들과 다시 논의하고 알려주겠다는 원장님과 전화를 끊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연락해봤습니다. 지혜씨와 선미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며 다음날 그냥 시험을 보겠다고 하네요. 감안해서 심사를 좀 더 너그럽게 하지 않겠냐면서요.

잠시 후에 심사위원 중에 한명인 협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정중한 사과와 함께 오전이 안 된다면 오후는 어떻겠냐며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 때도 이미 다른 두 심사위원은 워크샵 준비로 참가를 할 수 없지만, 시험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평가하겠다는 겁니다. 여전히 화가 났고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카리스마 넘치고 범접하기 어려웠던 협회장이 직접 연락해서 사과와 함께 대안을 제시한 거라 거부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시험에 통과해서 강사가 된다 해도 어차피 협회 안에서 활동하게 될테니까요. 잠깐의 생각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지헤씨와 선미씨는 그대로 오전에 시험을 보지만 저는 혼자서 따로 오후에 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너그럽게 양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전에 볼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잠시 들었습니다. 괜히 심사위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지요. 저의 결정이 심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 지, 시험과 그 결과는 다음 주에 이어가겠습니다

 

다시 봄날 같이 따뜻한 날씨입니다. 대신에 미세먼지 수치가 높습니다. 오늘도 그냥 집에 머무는 하루가 될 것 같네요.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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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2 19:47:22 *.52.45.248

다음 편이 궁금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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