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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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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30일 09시 32분 등록

함께 회사를 다니던 친한 동료가 개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니 이제는 일을 쉬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참이라고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회사에 슬슬 적응해가는 과정이었는데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던 사람이 없어져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퇴사한 사람 앞에도 새로운 여정이 놓여있겠지만, 변화된 일상을 견디고 받아들여야 저에게도 그에 맞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늘은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성향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 영애로 환생해버렸다…’는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에 단행본이 발매되기 시작한 라이트노벨입니다. 인기가 많아서 2020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고 스토리는 소설과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 세계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게임 매니아가 게임 속 세계에서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로 환생한다는 참으로 환상적인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생한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니라 어떤 루트를 타도 끔찍한 엔딩밖에 없는 악역 조연으로 환생해버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미처 플레이해보지 못했던 루트의 음모를 파악하기 위해 전생에서의 친구 아츠코와의 기억을 되살려내고 잠시 동안 아츠코의 꿈을 통해 함께 있던 시절로 돌아갑니다. 아츠코는 함께 게임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주인공과 보낸 시간이 매우 즐거웠고, 주인공의 친구가 될 수 있어서 기뻤으며 주인공이 떠나고 나서 혼자 학교를 다니는 것이 매우 외로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주인공을 만나게 되면 또 주인공과 친구가 되어 놀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꽤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 소망이 이뤄집니다) 사실, 이세계물에서는 주인공의 환생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 아츠코라는 주인공의 단짝 친구의 존재는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나서도 마음에 아프게 남아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떠나는 자와 남겨지는 자 중, 많은 이야기는 떠나는 자의 여정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항상 떠나는 입장만 될 수는 없고, 부재의 자리가 남아있는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는 것도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극적이지 않을 뿐이겠지요. 의지하고 있던 한 부분을 상실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적응 기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퇴사, 남겨지는 입장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엄마의 반응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맞벌이였다가 외벌이가 되겠다는 배우자의 결정은 그동안 의지했던 경제적 수입 중 절반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려왔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시게 된 과정이나 그 이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는 남아있지만, 아빠의 퇴사를 포함한 많은 변화에 따라가야 하는 엄마가 마음을 다잡은 방법은 무엇이었는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엄마는 아빠의 퇴사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아빠는 한 번씩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거 맞냐는 질문을 엄마에게 묻곤 했다고 합니다. 잘 살고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엄마는 잘 살고 있는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는가라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퇴사에 이른 것이라고 엄마는 회상하셨습니다. 맞벌이였다가 외벌이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는, 혹시 아빠가 퇴사 후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잘 안되더라도 처자식을 먹여살릴 책임감은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고 합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코흘리개였던 때 아빠뿐 아니라 두 분은 엄청난 결심을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누군가의 떠남으로 내가 남겨지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변화가 생기는 것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로, 조금 더 독립적으로 스스로를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직장 동료에서 한 사람의 친구로 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일상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이 자신에게 주는 영향을 잘 들여다보고 어떻게 이것을 충격(impact)에서 흐름(Flow)으로 바꿔 올라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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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9 06:43:59 *.52.254.242

국가대표팀은 유령팀입니다.  같은 목적으로 하나의 깃발아래 모여 있는 다른 소속의 선수와 코치들이기 때문입니다.

선수촌!.  거긴 늘 결과에 따라  같은 침대에 눕는 사람이 바뀌는, 그래서 아무도 거기 누가 누웠었는지는 묻지 않는...  보이지 않는 비장함이 있는그런 곳이죠 

우리에게 매우 평범한 일상이 그 오늘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지요,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기는 것일뿐이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핍니다. 그리고 잘 자라지요 !  잊혀지지 않는 기억과 긍지 속에서 영원으로 이어져 삶에 힘이 되어줍니다.

그렇게 '범사에 감사하라'는 참뜻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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