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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4일 07시 30분 등록

 요즘 저에게 생긴 새로운 버릇이 하나 있는데, 지나가는 자동차 엠블럼과 모델명을 유심히 보는 것입니다. 자동차 산업군에 속하는 회사에 이직하고 일을 배우다 보니 새로 생긴 버릇입니다. 아마 더 지식이 쌓이면 차의 앞모습만 보고 모델을 맞춘다든지, 디자인의 변화를 눈치챈다든지 하는 어려운 주관식 문제도 즐겁게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전의 스마트폰 회사를 다닐 때는 주변에 보이는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와서 거리를 걸을 때마다 고객의 성향을 추리해 보는 혼자만의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제품 기획 부서에서 고객 인터뷰를 자주 하다 보니, 연령대나 성별에 따라 주로 선택하는 스마트폰 모델이 있는데 다른 모델을 쓰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어떤 이유로 저 스마트폰을 선택했을까 하는 이유와 그 과정을 상상해 보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직접 말을 걸어서 확인하거나 하진 않지만요.)


 지금은 고객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거리에서 드물게 보는 종류의 차량을 보게 되더라도 어떤 사람이 차를 소유하고 있을지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자동차들이 점점 제 안에서 각자의 성격과 개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아주 신기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수많은 선택지들 중에 하나를 고르면서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시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되는데, 드러난 말보다 숨겨진 행동으로 그 사람의 더 많은 부분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약간 짜릿하기도 합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즐겁게 보고 있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남도일은 악수 한 번으로 상대의 직업을 바로 알아내는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주인공인 남도일이 셜록 홈즈의 찐팬으로 나오는 추리물이니 홈즈가 왓슨이 상이군인이라는 것을 처음 만나 악수를 하며 바로 알아챈 일화를 활용하는 것은 정해진 일이겠지요. 홈즈의 설명을 들었을 때는 아무리 그래도 인사만 나눴는데 뭐 하는 사람인지 맞출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상대의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보면 그 사람 직업은 몰라도 성향은 약간 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은 자기가 관심이 있는 만큼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분야에 호기심을 가질 수는 없지만, 어떤 계기로든 새로운 분야에 지식이 쌓이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것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즐거운 부분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배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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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4 07:21:45 *.169.176.51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그런...

피아제의 도식이론(schema theory)  이 생각납니다. 

만화를 통해서 삶과 세계를 추론할 수 있다는 것도 멋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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