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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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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0일 01시 21분 등록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의 자서전의 원제는 ‘나선형 계단(the spiral staircase)’입니다. ‘왜 하필 나선형 계단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녀는 열일곱 살에 수녀원에 들어갔으나 신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싸여 7년만에 환속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여 수석으로 졸업하고 공부를 계속했으나 박사학위를 눈앞에서 놓쳤습니다. 나중에 치료 가능한 측두엽 간질로 밝혀졌지만 발병 초기에는 정신질환으로 판정 받아 수년간 정신상담을 받으며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어야했습니다. 그녀는 수녀로서 실패했고, 학자로서도 실패했으며, 머리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3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도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삶의 밑바닥을 헤매던 1989년의 어느 날 한 가지 아이디어가 그녀를 찾아왔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차이가 아닌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을 알아보면 어떨까? 신의 역사를 써보면 어떨까?’ 그녀는 이 주제에 마음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런 방대한 주제로 책을 어떻게 쓰냐고, 매주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6퍼센트에 불과한 영국에서 신에 관한 책을 누가 읽겠느냐며 집필을 만류했습니다. 더욱이 종교학을 전공하거나 박사 학위를 가진 것도 아니었기에 학자로써의 권위도 없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수녀의 길을 도중에 포기한 경력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많았음에도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주제에 대한 확신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수련수녀를 그만 둔 이후부터 의도적으로 신과 종교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해온 그녀였습니다. 그럼에도 운명의 힘이 그녀를 신학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역사>를 쓰기로 결심한 때부터 그녀의 삶은 확 달라졌습니다.

 

“나는 독학으로 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였지만 아마추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아마추어는 어차피 자기가 좋아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 아닌가. 나는 고독한 나날을 말없이 나의 주제에만 몰두하면서 보냈다. 매일 아침 어서 빨리 책상으로 달려가서 책을 펼치고 펜을 쥐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애인과 밀회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 밤에는 침대에 누워서 그날 하루 배운 내용을 뿌듯하게 음미했다.”

 

암스트롱은 돌고 돌아 가까스로 발견한 자신의 지복(bliss)을 따랐습니다. 그녀는 “설령 유행에서 한참 뒤지고 건질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이더라도 나를 사로잡고 나의 넋을 빼앗는 일을 찾아내서 거기에 열과 성을 바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믿습니다. ‘좁은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어지럽게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의 깨달음이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나온 성찰적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지복’은 신학 공부였다. 다른 사람의 지복은 법일 수도 정치일 수도 결혼일 수도 연애일 수도 자녀 양육일 수도 있다. 그런 지복을 끝까지 따르다 보면 나중에는 인생의 알맹이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단서를 우리는 지복에서 발견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무엇이 아침에 나를 일어나게 하는가?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또 묻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아깝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잠자리에 드는 것을 미루게 만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따를 생각입니다. 사실 다른 길도 내게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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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렌 암스트롱 저, 이희재 역, 마음의 진보, 교양인,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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