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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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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9일 23시 07분 등록

그림 할머니

 

단원(檀園) 김홍도가 물었다.

“그림이 무엇이냐?”

혜원(蕙園) 신윤복이 답했다.

“그림은 그리움이지요.”

-드라마, 바람의 화원 中 -

 

얼마 전, TV를 보다가 가슴이 뜨거워진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라는 제목의 방송이었는데, ‘부산의 고흐’ 라고 소문 난 할머니를 찾아가서 실제 그림실력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인자한 인상의 김송자(77세) 할머니가 제작진을 맞이했습니다. 할머니 혼자 사는 방에는 사방 벽면이 온통 그림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소문대로 강한 색채로 그려진 섬세한 그림들은, 마치 강렬한 색감의 화가 고흐의 작품과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부산의 고흐’가 된 것은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오른쪽 눈을 실명하여 의안을 하고 있었고, 남은 왼쪽 눈도 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물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고, 흐릿한 눈으로 그림을 그리려면 어쩔 수 없이 강한 색채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한쪽 눈으로,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그림을 그린 이유는,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습니다. 3년 전 금슬이 좋았던 할아버지와 사별하고, 그 허전함과 빈자리를 견딜 수 없던 할머니는 도화자를 꺼내 들었습니다. 균형조차 잡기 힘든 한쪽 눈으로 붓을 잡는 것 조차 어려웠지만, 그림을 하나 그려서 완성하면 좋고, 힘들어도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외로움이 200 점이 넘는 그림으로 남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잊기 위해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를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 그려요. 할아버지와 돌담길을 걷는 그림을 보면, 내 손을 잡아 주던, 그때 할아버지의 온기가 아직도 마음속에 느껴져요.”

 

남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그림이 이제는 할머니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고흐 할머니의 추억그리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모든 것을 눈에 담아두려 합니다. 시력을 잃어가는 한쪽 눈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작가 이정명은 소설 ‘바람의 화원’에서 그림과 그리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그리움을 부르지요.

문득 얼굴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그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가족들이 할머니를 위해 생애 첫 전시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갑작스런 서프라이즈 이벤트에 할머니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합니다. 전시장을 찾은 동네 주민들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린 것 같다고 감탄하고, 미술대학 교수는 일반인의 수준을 벗어난 색감과 구도를 지니고 있다고 칭찬합니다.

 

인간은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최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화면 속에서 할머니의 얼굴이 평화롭고 따뜻해 보입니다. 한쪽 눈을 실명하고 사별에 힘들어하는 노인의 외로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림 속에 녹아있는 추억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추억은 몸을 따뜻하게 하니까요.

 

1.

뒤늦게 화가인생을 시작해,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그림 할머니의, 짧은 동영상을 추천합니다.

빨래를 하러 갔다가 은사시나무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새댁의 삶이 너무 곱고 아름답군요.

http://www.youtube.com/watch?NR=1&v=W6mp8NngkEQ&feature=fvwp

 

2.

신간 <1인 회사>의 저자 수희향이 1인 지식기업가로의 실행프로그램인 "1만스쿨"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론이나 강연위주의 자기계발 프로그램들과 달리 철저히 실행위주의 프로그램으로 한사람, 한사람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3인 소수정예"로 진행됩니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독립생활자의 삶’ 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를 참조해 주십시오.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free&document_srl=426069

http://cafe.daum.net/CoreMarket (다음카페)

 

1인회사.jpg

IP *.34.224.93

프로필 이미지
2012.12.10 07:54:33 *.72.153.115

그림은 그리움이다에 동감입니다.

엊그제 누가 그동안 찍은 사진 좀 골라달라해서 6년전꺼부터 뒤적이는데... 그 사람들이 보고 싶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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