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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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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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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0일 07시 51분 등록

자연과 함께, 땅과 함께 깊이 교감하며 살면 그 삶은 저절로 부드러워집니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과 바람과 물이 흐르는 방식을 매일 마주 하는데 어찌 부드러움을 일상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살아지겠습니까? 낯빛도 부드러워지고 걸음걸이도 부드러워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절로 단호해집니다. 단단해져야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야 이리저리 구를 각오만 되어 있다면 먹고 살 방법이 훨씬 다양하지만, 농촌에서는 뿌리를 박을 수 있는 방법의 다양성이 훨씬 좁기 때문입니다. 부드럽게 살되 무엇 앞에도 내려놓지 않을 지향을 향한 일관성이 없다면 자연에 뿌리내리고 살아남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나 역시 되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었습니다. 숲으로 삶의 기반을 옮기고 3년의 시간을 이렇다 할 소득 없이 보내다가 딸 녀석에게 자전거 하나 사줄 돈이 없는 형편이 되었을 때, 아내에게 생활비가 없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을 때, 나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 어디든 일자리를 찾아볼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귀농자들에게 3년은 마의 시간입니다. 대부분 도시의 집을 팔고 내려와서 살 집과 농토를 장만하고 3년 정도 이런저런 모색을 하다 보면 여윳돈의 대부분이 소진되는 시점이 도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 시간 내에 뿌리를 내려야 새로운 삶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귀농 정착기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나는 일관성을 강조합니다. 새로운 삶에 찾아오는 첫 고비를 견뎌낼 힘이 바로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지켜내는 일관성의 고수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켜내기 위한 의지를 어떤 상징으로 만들어 간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귀농을 결심한 이후 나는 해본 적 없는 꽁지머리를 오랫동안 유지했습니다. 그것이 내게는 도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맹약의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특별한 재주도 없고 꽁지머리까지 한 사십 대 사내를 받아줄 도시의 직장은 대략 없을 것이므로 나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스스로를 믿게 한 장치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일관성을 지키면서 뿌리를 내리고 자기세계를 여는 방법은 무엇보다 씨앗의 모습에서 배울 만 합니다. 씨앗은 껍질과 배, 그리고 배젖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배젖은 배가 싹을 틔울 최소의 양분이고, 껍질은 배와 배젖을 지키기 위한 보호막 입니다. 미래를 이룰 핵심은 단연 배입니다. 나무의 경우 수십 수백 년의 미래가 바로 씨앗 속의 배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씨앗은 싹을 틔우기 까지 먼저 견디고 지키는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춥다고 얼어 죽어서는 안됩니다. 습하다고 썩어서도 안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배가 상하면 자신의 미래 역시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씨앗은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싹을 틔우기 위해 씨앗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외부에 존재하는 물기를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매개변수는 당연히 온도입니다. 자신에게 적절한 온도가 찾아올 때까지 단단히 자신을 지켰다가 적당한 온도가 되면 물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배젖을 녹여 배가 스스로 어린 뿌리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마침내 무거운 압력의 땅을 뚫고 떡잎을 낸 뒤 본 줄기와 본 잎을 만들어 내야 제 하늘을 여는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도모가 곤란에 처할 때마다 나는 씨앗이 되어봅니다. 그것이 가진 일관성과,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모습을 내 삶으로 받아들이려 애씁니다. 어떤 도모가 곤란에 처하거든 그대 역시 씨앗이 되어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씨앗이 땅을 뚫고 나와 제 하늘의 여는 첫 시작의 감동적 과정에서 그 곤란을 지워낼 방법을 찾으라 권하고 싶습니다. 일관되고단단하고동시에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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