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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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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일 11시 56분 등록

 

 

숲에서 늘 자연의 변화를 지켜보며 사는 나는 최근 3년간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는 전국 각처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일이 잦습니다. 폭염 속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안타까운 뉴스도 빈번해졌습니다. 올해는 상반기만 따져보아도 기상이변이 더욱 확연해지는 느낌입니다. 봄까지 지속된 늦추위에 이어 긴 가뭄이 있었고, 장마는 예년보다 10일 이상 일찍 끝났으며 장마가 끝나면서부터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나는 하루에 세 번 넘게 샤워를 하는 것으로 아직 선풍기를 꺼내지 않고 견디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우숲 공간의 한 곳에는 결국 에어컨을 놓고 말았습니다. 에어컨을 설치한 장소는 숲학교 오래된미래의 교실 공간입니다. 이따금 다수가 함께 모여 강의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체온과 호흡이 만들어내는 열기가 참아 넘기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었습니다. 휴가철을 맞아 방문객이 잦아지면서 객실 잠자는 여우에도 각각 선풍기를 한 대씩 비치하게 되었습니다. 요리할 음식을 준비해 오는 방문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객실 두 곳에는 작은 냉장고도 두게 되었습니다.

 

한 여름에도 숲은 도시나 숲 밖의 공간보다 낮은 기온을 유지합니다. 측정해 보면 여우숲의 경우 대략 섭씨 3~5도 정도가 낮은 편입니다. 숲이 갖는 기후의 항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릉처럼 바닷물이 열을 저장하는 능력이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의 지역이 존재하는 것처럼 숲 역시 숲 생태계가 복사열을 스스로 간수하고 단속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곳에 조차 에어컨과 냉방기구를 설치하게 되다 보니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기후변화협약은 최근에 앞으로 지구에 재앙적 수준의 기후변화가 닥칠 것이라고 예견했다는 단신 뉴스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느낌으로 가졌던 위기감을 세계적 석학들의 발표로 확인하게 되면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백하자면 숲에 살면서 나는 오감을 넘는 육감 혹은 직관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숲을 거닐 때 보이지 않는 곳에 도사리고 있는 독사를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기후에 대해 갖는 이 위기감이 몹시 무겁습니다.

 

여우숲 방문객들 중에 홈페이지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숙소에 에어컨을 놓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특히 단체로 오는 분들이 더욱 그렇습니다. 저녁이 되면 그 불만은 조금 누그러집니다. 도시에서 겪는 열대야와 달리 숲의 서늘한 바람을 쐬고 또 느끼게 되면서 약간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태특강이나 간단한 좌담을 나누고 나면 불평을 완전히 내려놓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나는 기후변화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식물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안정화된 이후에도 이산화탄소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그 농도는 등락을 반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농도가 280ppm을 넘긴 적은 없습니다. 마치 몸이 혈압을 스스로 제어하듯 지구 자체가 그 농도를 스스로 제어해 온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백 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그 농도가 380ppm까지 증가했습니다. 자기조절적 한계 수치를 100ppm이나 넘긴 것입니다. 인간의 영향 때문임은 자명합니다.

 

고혈압은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여 통제 가능한 혈압수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은 즉효적 대안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직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광범하고 다양한 행위를 우리 모두가 최소화할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 삶이 조금 더 불편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일상이 조금 더 소박해져야 하고 더 불편하게 살고 더 느리게 살아야 하는 공동체적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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