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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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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7일 05시 22분 등록

"존재를 그만두지 않고는 어떤 생명체든 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를 획득할 수 없다. "

 

오래전에 이 글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 앞에서 꼼짝을 할 수 없이 서 있었습니다.

 아마 뱀의 눈앞에서 얼어버린 개구리 같은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이 말은 '죽어야 살리라'라는 말입니다. 지금의 나를 죽여서 해체해야한다는 뜻입니다. 나의 죽음을 맛봐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나를 죽일 수가 없는 겁니다.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처음 만난 이후 이 글귀는 나를 떠나지 않고 가지가지의 모양으로 나를 찾아왔습니다. 가령 내가 신화를 읽을 때는 그 이야기 속에서 이 글귀가 되살아났습니다. 로마의 시조가 되는 트로이의 패장 아이네아스는 무녀 시빌레와 함께 저승을 다녀옵니다. 오디세우스도 저승에 가서 위대한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찾아가 자신의 미래 이야기를 듣습니다. 모두 죽음을 만나보는 모티프입니다. 삶의 모험 중에서 가장 혹독한 여행이 죽음 맛을 보는 것이지요. 그들은 저승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이승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향해 나아갑니다. 더 나은 사람, 더 높은 존재로의 도약이 이루어 진 것이지요.

 

 

나는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동물의 삶을 죽이고 나무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동물은 살기 위해서 다른 살아있는 것들을 죽여 먹어야 합니다. 필멸의 인생이 갖는 슬픔입니다. 그러나 나무는 스스로 광합성을 합니다. 생명의 근원인 먹거리를 다른 것들의 생명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태양과 비와 바람과 흙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단지 하늘을 향해 자라납니다.

 

동물의 몸을 죽여 나무로 태어나고 싶은 것이 나의 변화 프로젝트입니다. 생각해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모든 동물은 죽어 땅에 묻히고 썩어 하나의 벚나무 씨가 그 비옥한 땅에 떨어질 때 그 싹이 되어 자라 봄이면 그렇게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나무가 되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산채로 죽음을 겪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며,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다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존재를 그만두지 않고는 더 높은 존재가 될 수 없으리라. 이 말은 아난다 쿠마라스와미 Ananda K. Coomaraswamy 가 "Akimcanna : Self Naughting"에서 한 말입니다. 나는 이 책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조셉 캠벨의 책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이윤기 역) 속에 인용된 글을 읽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제대로 된 때에 나를 낚아왔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인생의 오전이 살아있는 다른 생명을 죽여 먹고 살아야하는 동물의 삶이었다면, 인생의 오후는 스스로 먹고 사는 나무의 삶을 살아 보리라. 내 발이 땅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내 두 팔은 굶은 가지가 되어 무수한 엽록소를 가진 푸른 잎으로 가득하게 되리라. 그리고 바람과 함께 내 홀씨들은 푸른 하늘로 무수한 여행을 하게 되리라. 이것이 내가 그리는 두 번째 인생의 그림입니다. 그대의 인생의 오후는 어떤 그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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