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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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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9일 10시 03분 등록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의 중심은 과거에 있다’는 주장과 ‘역사의 중심은 현재에 있다’는 견해 둘 다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말합니다. 역사가는 현재를 살고 있고 그가 기록하는 사실은 과거에 속해 있는데, 이 양자의 상호작용과 대화가 바로 역사라는 뜻입니다.

역사가는 나름의 가치관과 관점을 가지고 있는 고유한 존재입니다. 동시에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역사가 역시 자신이 속한 시대와 사회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존재입니다. 따라서 역사가는 자신이 사는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받은 관점과 가치체계로써 과거의 사실(시대, 인물, 사건 등)을 해석하고 기록합니다. 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므로, 이 상호작용은 또한 현재와 과거의 상호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역사가와 역사상의 사실은 서로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을 소유하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도 없고 열매도 맺지 않는다. 역사가가 없는 사실은 생명도 없고 의미도 없다.”

역사가는 자신이 연구하는 과거의 사실을 자신의 내면에서 재현하고 해석합니다. 어떤 역사가의 역사서를 읽을 때 우리는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그 역사가가 선별하고 해석하고 기록한 역사, 즉 재구성한 역사를 읽는 것입니다. 그래서 카는 역사가가 과거의 사실에 공감하고 그것을 재현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독자는 독자대로 역사가의 마음속 움직임을 재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역사가가 다루고 있는 사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그 역사가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카는 ‘역사의 이중적 상호기능’을 강조합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입니다. 그래서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볼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고, 현재는 과거에 비추어볼 때 비로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동시에 “역사란 과거의 여러 사건과 차차 나타나는 미래의 여러 목적간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보는 방향 감각은 과거를 해석하는 열쇠를 줄 수 있습니다. “과거가 미래에 빛을 비추고, 미래가 과거에 빛을 비추”면 미래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역사가는 과거를 해석하는 능력과 현재를 직시하는 능력, 그리고 미래의 방향을 통찰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역사가가 쓴 역사 속에서 그의 총체적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200쪽이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입니다만 빨리 읽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좋은 책은 다루고 있는 주제를 독자와 연결시켜줍니다. 지난 주 마음 편지에서 르네상스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앞으로 읽을 르네상스 관련 책과 저자를 고르는 기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르네상스 탐험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를 탐험할 때 나는 '역사가와 같은 학생'이 될 생각입니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것은 결코 일방적인 과정일 수는 없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또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 양자를 더 깊게 이해시키려는 데 있는 것이다.”

sw20110329.gif
* 카 저, 권오석 역, 역사란 무엇인가, 홍신문화사, 2006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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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0 17:47:46 *.190.114.131
늘 E.H.Carr 라고 외웠었던 그 분의 풀네임을 알게 되었네요....암튼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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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3.31 14:56:01 *.251.74.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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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3.31 09:29:31 *.219.84.74
책을 통해, 느낌과 배움을 실천에 적용해 보는 선배님의 이야기에서 한수 배우고 갑니다. 이번주 <신화와 인생>을 읽고 있습니다. 결혼, 관계, 글을 쓰는 것 등에서 많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저 느낌으로 그치지 않도록 작은 변화와 적용을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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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1.03.31 14:57:30 *.251.74.179
<신화와 인생>은 멋진 책이고, 죠셉 캠벨은 제게 완소 인물이에요.
강훈 님, 좋은 인연 맺었으니 앞으로 오래 함께 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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