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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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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일 06시 10분 등록
한 방송사에서 일주일에 다섯 번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지 매일 2 시간씩 MC를 맡아 진행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꼭 같이 해 보고 싶다 했습니다. 깊이 고민해서 빨리 가부를 알려 주겠다고 답했습니다.

만일 하게 된다면 내 생활이 아주 달라지게 됩니다. 오후는 여전히 자유시간대로 남겠지만 오전은 꼼짝할 수 없게 됩니다. 일 년에 두 번은 꽤 길게 떠다니던 여행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숨 막히듯 작은 방에 갇혀 2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수입도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내 이름을 들을 것이고 나는 더 잘 알려진 사람이 되겠지요. 새로운 일을 한 번 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루쯤 고민하고 몇 가지 내가 바라는 현실적인 조건을 보내 두었습니다.

프로그램의 특성에 대한 본질적 변화, 일 년에 두 번 보름간의 여행, 내 기준으로는 적절한 기준으로 생각했으나 방송사 기준으로 보면 깜짝 놀랄만한(?) 보상등을 제안 했습니다. 조정과정을 거치다가 결국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갑자기 내 마음이 얼마나 즐거워지는 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내가 원래 디자인한 대로 다시 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나를 감싸 왔습니다.

다시 이런 제안이 오면 또 고민 하겠지요. 그것이 사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어떤 결정은 후회스러울 것이고 어떤 결정은 참으로 잘한 것으로 판명될 것입니다. 살면서 정말 잘한 결정 몇 가지가 떠오릅니다.

재수하면서 먹고 살기 괜찮은 이과에서 배고프지만 내 기질에 맞는 문과로 전향한 것, 한 여자를 만나 놓치지 않고 결혼하게 된 것, IBM에서 16 년 동안 꿋꿋하게 변화경영의 실무를 떠맡아 온 것, 43살에 책을 쓰기 시작한 것, 적절한 때에 직장을 나와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것,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구하게 된 것, 연구원들과 사귀고 꿈벗들을 만나게 된 것, 그리고 쉰 살이 넘어 내 인생의 아름다운 10가지 풍광을 가지게 된 것... 이런 것들이 바로 빛나는 고민과 선택의 결과들입니다. 그리고 내가 고른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눈부신 은총은 아이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살면서 그동안 어떤 좋은 결정을 하셨는지요 ? 살면서 어떤 좋은 은총을 받으셨는지요 ?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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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6.12.01 09:12:17 *.240.191.120
소장님의 삶에서 묻어나오는 여유를 배우게 됩니다.
언제쯤이면 저렇게 탁월한 선택을 할 수있을까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면 아차하는 순간이 참많았습니다.
여유로운 가운데에다 나를 놓아주고 싶어요. 그래서 최상의 선택이될 수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이글을 사모님께서 읽어보시면 행복해 하실 것같아요.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난"당신을 선택한 것은" 내생에 가장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이 행복감을 찾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장님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한 선택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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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6.12.01 22:41:38 *.166.65.201
난 일생 "사람 보는 직업"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집이 강해서 누구에게도 머릴 숙일 줄 모르는 우매한 놈이 였습니다.
그래서 친구도 없고 날 걱정해 주는 사람은 겨우 마누라 뿐일 정도였습니다.
우연히 구선생님을 만나고 난후에 난 많은 변화를 격었습니다.
옛날에는 별로라고 생각하던 이에게 진정한 친절로 대하고,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빈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나도 모르는 변화 였습니다.
지난 시절에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 하면 놀라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만에 빠져 건방지게 놀던 모습이 부끄러웠고, 조금 쓰는 글재주를 가지고 마치 대학자 같은 자기망상에 빠졌던 기억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알고 보니 이미 새롭게 시작 할 나이도 넘어버린 날 발견 하게 되었습니다.
일산 선생님.
만일 내게 글속에 쓰인 기회가 온다면 마치 엄청스런 행운이 온 것처럼 날뛰면서 세속의 넝굴로 자신을 묶었을 겁니다.
그걸 떨쳐버린 예지력을 보면서, 걸핏하면 산행하고 명상하던 나의 수행의 부족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용규씨로부터 오늘에야 "마음을 나누는 편지"의 장을 열어보라는 이야길 듣고 처음으로 귀한 글을 읽었습니다.
승완이의 글재주, 백오의 고뇌도 오늘이야 알게 되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잔물결같이 호소력 있는 필력으로 삶의 지혜를 많이 전해 주십시요.
아름다운 후퇴를 진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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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2006.12.04 17:03:17 *.248.174.142
은은한 기품을 보이는 담백한 백자 같다고나 할까요!
어수선한 연말, 쫓기는 마음으로 메일로 도착한 이 글을 읽을 때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 '결정' 또는 '선택'이란 단어 자체의 무게와 구 소장님의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까닭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침, 2장을 출력해 그날 저녁 술친구에게도 돌렸지요...!

'내 인생(삶)의 목표에 의한 결정'을 하는 것이 옳은 건 알았으나,
실제세계에선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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