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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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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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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6일 19시 23분 등록

도무지 신나는 일이 없다. 세상은 갈수록 험해지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 내 마음이 식어간다는 사실이다. 날마다 잔혹함을 더 해 가는 뉴스에 진저리를 치지만, 시선을 돌려버리면 그만이다. 내성이 생길대로 생겨버린 것이다. 거리에 붙은 선거벽보를 예의상 바라보다가 제일 신수가 훤한 후보자가 현직 의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선거철이 되어서야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것에 실소한다. 건강한 비판세력에게 내 한 표를 주고 싶지만 당최 믿을 곳이 없다. 정치의 막강한 위력을 모르지 않는데 이렇게 무관심이 쌓이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치 생각을 하면 우울해진다.

 

어떤 일에도 슬프다거나 가슴 아프다는 느낌의 순도가 이전 같지 않다. 전에는 좋으면 손끝 발끝으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저릿저릿하게 좋고, 슬프면 저절로 오만상을 찌푸릴 정도로 그렇게 먹먹했다. 그렇게 펄펄 뛰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므로 내가 살아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감정 자체가 밋밋해져 버리니 당황스럽다.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고, 그저 꼭 해야 하는 일만 수행하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그렇게 살다보니 좀비 아니면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이런 상태가 십 년 이십 년 계속 된다고 생각하니 겁이 와락 나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본다. 또 한 번의 슬럼프가 바닥을 치는 시점인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지낼 수는 없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 이럴 때면 천천히 나를 돌아본다. 생각을 못해서 허기 진 사람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는 언제부터 였을까?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떠올리며 내게 의미있는 장면을 수집한다. 내가 원하는 궁극의 삶은 어떤 것인가? 마음 속 옹달샘에서 샘물이 퐁퐁 솟아날 때까지 상상하고 또 상상한다. 내가 딱 하나 잘 하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일인데 다행스럽게도 늘, 새로운 시작을 하게 해 준다.

 

그리하여 또 한 번 대답을 얻었다. 나는 그다지 사람 좋은 유형은 아니다. 분별지가 발달하여 좋고 싫은 것이 명확한 때문이다. 독보적인 컨텐츠를 지닌 실천가를 흠모하고,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깨닫는다. 아직은 내가 안 되는 것을 보완하려고 애쓰기 보다, 좀 더 나다운 것에 집중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살아있는 한 내 존엄성을 유지하고 싶고, 나이들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되고 싶어하는데, 그럴 수 있는 자원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책쓰기다. 의미있는 책을 써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겨, 우리들의 공통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 일주일 이상 아무 것도 담기지 않던 눈에 비로소 책이 들어온다. 자크 아탈리가 쓴 <언제나 당신이 옳다>는 신기할 정도로 내 생각과 닮아 있다.

 

저자는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으로 자기자신 되기를 제시한다. 전세계가 소말리아가 되어 가는 듯 엄청난 빈부격차와(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85명이 소유한 부가 가장 가난한 35억 명이 소유한 부와 같다고), 날로 늘어나는 정치적 환경적 난민과, 교묘하게 노예근성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속성들.... 그러나 저자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이다.

이렇게 암울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이런 세상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이란, 그저 적당하게 체념하고 풍요가 남긴 부스러기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자기 인생을 선택해야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저자는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을 예술가, 기업가, 활동가, 사상가로 나누어 넘치도록 소개하고 있는데 어찌나 기발한 사례가 많은지, 자유로이 나만의 길을 가고 싶은데 아직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에게 참고가 되겠다. 그 중 기발한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잭 심은 전 세계 인구의 40퍼센트인 25억 명이 제대로 된 화장실에서 일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누구나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세계 화장실 기구를 설립했다. 현재 58개국 235개 기관이 가입되어 있으며, 관련 분야 기업들에게 기술적 지원을 하고 각국 정부의 공공보건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는, 2008<타임>지의 환경을 위한 영웅에 선정되었다.

 

보스턴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삼촌은 뉴올리언스에 사는 열두 살짜리 사촌동생에게 수학을 설명해줄 일이 생겨서 원격으로 과외를 해주기 위해 유투브에 짤막한 동영상을 올렸고, 이를 시작으로 칸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지금 칸 아카데미는 온라인으로 최상의 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비영리 조직으로 발전했다.

 

환경론자이며 스위스 로잔 시의 시장으로 있던 다니엘 브렐라즈는 키 190센티미터에 몸무게 172킬로그램이던 2013, 당뇨병 초기 진단을 받고, 젊은 시절의 체중인 88킬로그램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8개월 만에 약 70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한다.

 

저자는 진정한 자기로 살아가는 일을 사회적인 일에 국한하지 않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한다든지, 알콜중독에서 벗어나는 결단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일도 포함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 되기의 경로를 다섯 단계로 정리해서 보여주는데, 내가 늘 하고 있는 일이라 싱긋 웃음이 났다. 내가 늘 켕겨하는 자기중심성을 받쳐주는 절묘한 동시성에 신이 난다. 진정한 자신이 되는 길이야말로 타인에게 가장 유용한 사람이 되는 길인 것이다.

 

 

 

나는 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오롯한 인간이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기꺼이 하겠다.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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